코스튬 디자이너와 패션 디자이너의 앙상블! 2025 보그 월드: 할리우드
현지 시간으로 26일 저녁, LA는 온통 패션과 영화였습니다. ‘2025 보그 월드: 할리우드’가 파라마운트 스튜디오 안에서 열렸기 때문이죠. 수많은 슈퍼모델과 셀럽이 등장했던 런웨이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했습니다. 이번 런웨이는 총 7개의 테마로 나뉘어 있었는데요. 각각 한 명의 코스튬 디자이너와 패션 디자이너가 쌍을 이뤄 각 막의 연출과 의상 디자인을 담당했습니다. 누가 누구와 짝지어졌을지, 또 그들은 어떤 상징적인 영화를 참고해 런웨이 룩을 완성했을지 확인해보세요!
제1막: 할리우드 글래머(Hollywood Glamour)
제1막은 192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즉 할리우드의 ‘골든 에이지’라고도 불리는 그 시기에 대한 헌사였습니다. 캐서린 마틴(Catherine Martin)과 미우치아 프라다가 의기투합했죠(둘은 최근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니콜 키드먼과 바즈 루어만의 퍼포먼스는 한 편의 흑백영화를 연상시켰고, 오프닝 모델이었던 켄달 제너는 2001년 작 <물랑 루즈>를 오마주했죠. 이후 등장한 ‘플래퍼 스타일’의 룩들은 화려한 동시에 낭만적인 모습이었습니다.
제2막: 반항아들(The Renegades)
이 세상 모든 반항아를 위해! 제2막의 의상을 담당한 인물은 콜린 애트우드(Colleen Atwood)와 션 맥기르였습니다. 콜린 애트우드는 자신이 코스튬 디자이너로 나선 영화 <가위손>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의상을 오마주했습니다. 할리우드의 ‘원조 반항아’, 찰리 채플린과 말론 브랜도를 연상시키는 모델도 찾아볼 수 있었고요.
제3막: 역사적 히로인(Historical Heroines)
‘역사적 히로인’을 주제로 한 제3막을 구상할 인물로 밀레나 카노네로(Milena Canonero)와 니콜라 제스키에르보다 적합한 듀오가 있을까요? 1971년부터 활동해온 밀레나 카노네로는 아카데미상 의상상을 네 번이나 수상한 코스튬 디자이너입니다. 벌써 11년째 루이 비통의 여성복 컬렉션을 디자인하고 있는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지금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디자이너 중 한 명이고요. 둘은 두 역사극 <배리 린든>과 <마리 앙투아네트>를 참고해 제3막을 완성했습니다. 코르셋과 패니어 등 고전적인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들의 센스가 눈에 띄었죠.
제4막: 사랑이 찾아온 여름(Summer of Love)
황금기 이후, 할리우드는 격변의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영화감독과 코스튬 디자이너들은 화려함 대신 ‘포멀한 멋’을 탐구하는 것은 물론,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더욱 날카롭게 조명했습니다. 히피 문화의 영향을 받아 1970년대 내내 유행했던 ‘자유연애주의’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톰 포드의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코스튬 디자인을 담당했던 애리언 필립스(Arianne Phillips)와 마크 제이콥스는 바로 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애니 홀>, <네 멋대로 해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사랑을 다룬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4막을 연출했죠.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와 <앙코르>에 쓰였던 코스튬을 그대로 입고 등장한 모델도 흥미로웠습니다.
제5막: 아방가르드(Avant-Garde)
영화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코스튬 디자인을 맡았던 샌디 파웰(Sandy Powell), 그리고 ‘맥시멀리즘의 화신’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힘을 합쳤습니다. 둘은 시대와 경계를 허문 샐리 포터의 영화 <올란도>, 그리고 감정을 자극하는 토드 헤인즈의 뮤지컬 영화 <벨벳 골드마인>을 참고했습니다. 제5막에 등장한 룩들은 현대적인 요소와 고풍스러운 요소가 교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죠. 발렌티노, 구찌, 디올, 발망, 그리고 루이 비통의 컬렉션 룩들은 희망찬 패션의 미래를 그리는 듯했습니다. 한편 제5막의 시작을 알린 것은 샤넬의 앰배서더 그레이시 에이브럼스였습니다. 물론 그녀는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을 입고 있었고요!
제6막: 아프로퓨처리즘(Afrofuturism)
제6막의 시작을 알린 것은 강렬한 힙합 음악과 와칸다의 전사들이었습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과 루스 E. 카터(Ruth E. Carter)는 <블랙 팬서>, 그리고 <말콤 X>를 레퍼런스 삼아 흑인 문화를 표현했죠. 화려한 색상과 독창적인 실루엣은 흑인들의 권력과 존재감을 상징하는 메시지였습니다.
제7막: 새로운 세계(New World)
제7막의 주제는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피터 뮐리에와 재클린 웨스트(Jacqueline West)는 <듄> 시리즈와 영화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쓰였던 의상을 활용해 공상 과학과 현실 사이를 오갔죠. 이날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알라이아, 마크 제이콥스, 그리고 메종 마르지엘라의 아티저널 컬렉션 룩 등 무한한 창의성을 바탕으로 완성된 룩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