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단발 도전! 영국 뷰티 에디터의 트라우마 극복기
원하지 않는 단발을 경험한 뒤 계속해서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나날. 그 시간들을 뒤로하고 이제는 새로이 단발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10년 전, 파리에 살던 시절이었어요. 파리 감성이 충만해져서 레드 와인을 즐기고, 베레모를 쓰고 다녔죠. 그러다가 단발 커트를 했어요. 하지만 사실 계획에 없는 커트였죠. 프랑스어 실력은 형편없었고, 어느 날 들른 헤어 숍에서 만난 헤어 아티스트의 커트 욕심이 과했던 것 같아요. 저는 머리 끝만 살짝 다듬으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짧은 단발 커트를 하고 말았죠. 무려 19년 동안 고수해온 긴 머리는 사라지고, 어딘가 풀이 죽은 스타일, 단발머리가 되어 있었어요. 딱 봐도 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스타일이었죠.
머리를 기르던 때는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어요. 아무리 길러도 어정쩡한 길이가 계속됐고, 사람들이 거리에서 뒷모습만 보고는 아이로 착각한 적도 많았거든요.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20대 초반이었어요. 장장 18개월을 버티고 나서 겨우 어깨를 넘는 길이로 기를 수 있었죠. 그때 굳게 다짐했어요. “다시는 단발머리를 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얼마 전, 오랜 시간 지켜온 그때의 결심이 결국 무너지고 말았어요. 단발 트라우마를 가져다준 그 사건 이후 딱 10년, 서른이 되면서 뭔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직장 동료 중 멋진 단발을 한 사람들에게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그렇게 찰랑거려요? 머리는 자주 감아야 해요? 단발머리 관리는 어떻게 해요? 쉬워요?” 등등 말이죠. 그러던 중 제 SNS 알고리즘이 모두 단발 스타일로 가득 차버렸어요. 완벽하게 세팅된 단발 스타일을 보여주는 영상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쏟아졌어요. 그래서인지 제 손가락이 어느새 헤어 숍 예약 페이지를 서성대고 있더라고요. 결국 절대 다시는 하지 않겠다던 단발 커트를 하고 말았어요.
머리카락이 바닥에 처음 떨어질 때, 슬로모션처럼 느껴졌어요. 짜릿함과 공포가 동시에 밀려오더라고요. 하지만 유명 헤어 숍에서 만난 디자이너 라이언 윌크스(Ryan Wilkes)와 컬러리스트 한나 가일(Hannah Gayle)의 믿음직한 손길 덕분에 두려움은 곧 사라졌고, 거울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제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헤어 커트를 하기 전에는 제가 저장해둔 단발 스타일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원하는 이미지를 설명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손질을 귀찮아하기 때문에 스타일링 없이도 자연스럽고 예쁘게 연출할 수 있는 커트가 필요했어요. 라이언은 모발 끝이 살짝 바깥으로 뻗어나가는 느낌의 모던한 단발 스타일을 추천해줬어요. 무겁지 않으면서도 약간은 층이 있는 스타일이라 머리를 감고 바로 외출해도 되어서 손질하기 쉬웠죠. 한나와는 헤어 컬러에 대해 얘기했어요. 티 나게 어두운 컬러, 그렇지만 너무 인위적이지 않은 컬러라는 까다로운 저의 요구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시켜줬죠. 그 결과는? 한마디로 ‘단발앓이’ 시작!
단발을 고민 중이라면 꼭 알아야 할 꿀팁 네 가지
1. 당황하지 마세요
새로운 스타일이 만족스러워도 처음 머리를 감은 모습을 마주했을 때 살짝 혼란스러울 수 있어요. 저도 처음에는 영화 <슈렉> 속 단발머리 캐릭터인 줄 알았거든요. 참고로 머리가 젖어 있을 때는 절대 빗지 마세요. 자연스럽게 건조되면서 텍스처가 생기거든요. 그러면 스타일이 훨씬 자연스럽고 멋져 보이죠. 젖은 상태에서 빗질을 하면 머리가 부풀면서 스타일이 망가질 수 있어요.
2. 기분의 문제
어려 보인다는 말도, 성숙해 보인다는 말도 모두 들었지만 결국 중요한 건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은 기분 전환에 좋다는 거예요. 그동안 지저분하게 자란 긴 헤어에 셀프 염색을 반복하며 살아왔는데, 이번에 새로운 스타일과 컬러를 입으니 확실히 기분이 확 좋아지더라고요. 더 단정하고 정돈된 것 같은 느낌. 그러니까 여러분의 기분이 좋아졌으면 된 거죠.
3. 무한한 가능성
라이언이 손질하기 편한 스타일로 커트해줘서 머리를 대충 말려도 되지만, 요즘에는 더 다양한 스타일링에 시도해보고 있어요. 잔머리 한 올 없이 싹 넘긴 올백 스타일을 해본다거나 핀으로 귀 뒤 머리를 고정해 우아한 스타일도 경험해봤어요. 의상과 스타일링 방법에 따라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는 게 단발의 장점인 것 같아요.
4. 후회는 금물
어떤 날에는 거울을 보며 단발 커트를 한 걸 후회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기억해보세요. 긴 머리일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다는 걸요. 오늘의 스타일이 망가진 건 내가 단발이어서가 아니라 그저 헤어 스타일링이 힘든 하루일 뿐이라고 되뇌어봐요. 저처럼 단발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예요.
단발병을 앓는 중이라면 적극 추천해요. 새로운 스타일에 시도해보는 걸 말이죠. 저는 10년 동안 트라우마를 겪었지만 이번에는 단발 스타일을 즐기게 되었으니까요. 당신에게도 멋진 변화가 찾아올지 몰라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