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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역사를 성찰한 타이베이 비엔날레_미술 실크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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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출범해 30년 가까이 이어가는 타이베이 비엔날레. 이번엔 대만 역사에서 가져온 모티브를 세계 예술가의 갈망으로 확장했다.

타이베이 비엔날레의 시작점인 작품 치우즈옌의 ‘Fake Airfield’(2025). 작가의 고향에 있던 가짜 전투기에서 착안해 일제강점기 대만 역사를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대만 타이베이 번화가를 지나 엑스포 공원에 다다르면 타이베이 시립미술관(Taipei Fine Arts Museum)이 나온다. 1983년 설립된 대만 최초의 현대미술관이다. 그곳 2층 카페에 앉아 아열대의 녹음을 바라보는데, 대만의 날씨치고 갑자기 내려간 기온에 행인들이 얇은 외투를 여미고 있다. 이런 날 뮤지엄은 탁월한 선택이다. 뮤지엄 내 카페에선 전시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대만어로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다음 스케줄을 의논할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은 방금 관람한 타이베이 비엔날레 소감일 것이다.

제14회 타이베이 비엔날레가 3월 29일까지 열렸다.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은 1998년부터 이 비엔날레를 주최해왔으니, 역사가 30년 가까이 됐다. 1995년에 출범한 광주 비엔날레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비엔날레다. 아시아의 민주화와 세계화 흐름 속에서 탄생한 광주 비엔날레와 궤를 같이하면서, 서구 중심의 미술 담론에서 벗어나 아시아인의 시각과 지역의 목소리를 세계적으로 연결하며 성장해왔다.

이번에는 세계 35개 도시, 54명의 작가가 참여했으며 흥미롭게도 이 중 절반이 1984년 이후에 태어난 작가다. 전시된 150여 점에는 33점의 신작과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포함한다. 광주 비엔날레만 해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외에 시내 곳곳에서 각국의 파빌리온이 열리지만, 타이베이 비엔날레는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에서만 전시한다. 그렇기에 압축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매회 다른 큐레이터와 연합하며, 올해는 베를린의 함부르거 반호프 국립현대미술관장인 샘 바더윌(Sam Bardaouil)과 틸 펠라트(Till Fellrath)가 공동 참여했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 통창을 투과한 햇살이 비엔날레의 주제 ‘Whispers on the Horizon’ 팻말을 비춘다. 어느새 다가온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의 미디어 담당자 쑹즈윈(Song Zhi-Yun)은 “투명한 벽과 흩날리는 천을 사용해 빛과 시선이 투과되도록 했어요. 이번 비엔날레 주제인 ‘지평선 위의 속삭임’처럼 전시를 아스라이 보고 듣는 듯한 느낌을 내고 싶었죠”라고 첫마디를 건넸다.

대만 작가 쉬칭보가 1956년에 촬영한 다큐멘터리 사진 ‘Confidence’.

이 지평선의 출발점은 대만 역사다. “큐레이터 샘과 틸 모두 대만 문화와 역사에 관심이 지대했어요. 대만 문학과 영화를 섭렵하고 관련 인사와 교류하면서 작품 세 편을 선정했고, 그 안에서 ‘지평선 위의 속삭임’이란 주제가 도출됐죠.” 세 편 모두 대만을 대표한다. 첫 번째는 허우샤오시엔 감독의 <희몽인생(戱夢人生)>(1993)으로, 일제강점기부터 대만 광복에 이르기까지 사회 혼란에도 불구하고 전통 인형극을 계승해온 예술가가 등장한다. 두 번째 천잉전의 <내 동생 캉슝>(1960)은 1960년대 급변하는 대만에 적응하지 못한 남동생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후에 그의 일기를 누나가 읽는다는 내용의 단편소설이다. 우밍이의 소설 <도둑맞은 자전거>(2015)는 ‘청’이 아버지가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아다니면서 대만의 잊힌 역사를 복원하는 여정을 그린다. 큐레이터 샘과 틸은 각 작품에서 인형, 일기장, 자전거라는 사물을 가져오며, 이를 통해 대만이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그려낸 여러 풍경을 추적하고자 했다. 그들은 “타이베이에서만 볼 수 있는 비엔날레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소장품인 대만 작가 쉬칭보(Syu Ching-Pwo)가 1950년대에 촬영한 자전거 풍경 사진이 걸려 있듯이, 큐레이터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구간도 있다.

이것이 ‘지평선 위의 속삭임’으로 어떻게 귀결될까. 지평선은 우리가 좇지만 닿을 수 없는 존재다. 이에 대한 ‘갈망’은 어느 시대에나 보편적인 정서다. 이주로 인한 아픔, 집에 대한 그리움, 아직 펼쳐지지 않은 미래에 대한 갈망. 이때 속삭임은 작고 온화한 소리지만 힘을 발휘한다. 갈망을 향한 작지만 강한 움직임이라 할까. 타이베이 비엔날레는 커미션 작품을 작가에게 의뢰할 때 “당신이 사모하는 것, 갈망하는 것은 무엇인가”란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작품 면면은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그 안에 휘말렸던 역사와 환경이 담겨 있다. 대만 작가가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쑹즈윈은 이렇게 덧붙였다. “대만 역사에서 출발했지만, 세계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그들도 비슷한 사연과 슬픔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타이베이 비엔날레 주제가 매번 대만 역사에서 출발하는지 물었지만 당연히 아니었다. 그간 생태계, 인류애 등을 다뤘으며, 2023년 주제는 ‘소세계’였다. 팬데믹 당시 개인의 작은 세계에 격리된 상황에서 영감을 받았다. “우리는 주제를 정할 때마다 글로벌 비엔날레의 추세를 살피고, 어떤 인사들이 등장해 무엇을 담론화하는지 관찰한 다음, 협업 큐레이터와 상의해 결정합니다. 이번엔 샘과 틸이 대만 역사에 깊이 매료된 경우죠.” 타이베이 비엔날레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1998년 1회 비엔날레를 열 때에는 대만과 다른 국가의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점차 대만과 세계가 예술로 대화하는 플랫폼을 지향해왔고, 나아가 우리가 글로벌 추세에 어느 정도 답할 수 있길 바랍니다.”

로비 1층을 압도하는 작품은 커다란 종이비행기다. 관람객이 사다리를 타고 비행기 조종석에 올라가 인증 사진을 촬영하곤 한다. 치우즈옌(Ciou Zih-Yan)의 커미션 작품 ‘Fake Airfield’(2025)다. 일제강점기에 그의 고향에는 일본군 부대와 미군을 속이기 위한 가짜 전투기가 있었다고 한다. 작가는 그 기억을 끄집어내 동향 사람들과 함께 종이와 강철을 혼합한 가짜 전투기를 만들었다.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현세대는 이 시절이 희뿌연 회색 지대겠죠. 하지만 기억해야 합니다.” 이번 타이베이 비엔날레에 대만 작가는 9명이 참여했다. 일정 비율을 대만 작가로 두고 있으나, 세계 여러 작가의 참여를 독려한다. 그간 드물었던 중동 예술가의 작품이 포함된 것도 이번 비엔날레의 변화다. 아랍에미리트의 아프라 알 다헤리(Afra Al Dhaheri)의 작품 ‘Weighted Pause’(2025)도 그중 하나다. 밧줄이 벽에서 풀처럼 자라난 듯한 설치 작품으로, 작가는 성찰의 공간이 되길 바랐다. 급변하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성장한 그는 느리고 반복적인 동작으로 만들어지는 밧줄처럼 “속도 조절과 휴식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라고 말한다.

타이베이 시립미술관이 10년 넘게 전시하지 않은 소장품을 꺼내 연극 무대처럼 이야기를 부여한 알바로 우르바노의 ‘Tableau Vivant’(2024~2025).

비엔날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스페인 출신으로 파리와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알바로 우르바노(Álvaro Urbano)의 ‘Tableau Vivant’(2024~2025)였다. ‘활인화’라는 뜻으로, 분장한 사람이 정지한 채 명화나 역사적 장면 등을 연출하는 것이다. 작가는 타이베이 시립미술관 소장품 중 10여 년간 전시되지 않은 것을 선별해 ‘극장식 전시’를 구성했다. 간만에 지하에서 외출한 소장품 밑에는 영문과 중문으로 배역과 대사를 써두었다. 웅크린 사람 조각 앞에는 이런 글귀가 놓여 있다. “아, 내가 태양을 훔친 줄 알았는데.” 태양의 향방이 궁금해 작품마다 놓인 대사를 읽으며 줄거리를 이어갔다. 그러고 보니 작품의 부제는 ‘잃어버린 태양’이다.

퀴어와 여성 무용수가 등장하는 탁영준의 4채널 비디오 설치 작품.

한국 작가의 작품도 보인다. 그중 지난해에 송은미술대상을 수상한 탁영준 작가의 4채널 비디오 설치 작품이 눈에 띄었다. ‘Wish You a Lovely Sunday’(2021)에서 무용수들은 교회와 퀴어 클럽이라는 대척점을 이룬 공간에서 안무를 연습하고, 노르웨이 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Love at First Sight on Monday’(2024)에선 10대 여성 무용수들이 들려주는 부모의 로맨스를 게이 남성 무용수들이 몸으로 표현한다.

이번 타이베이 비엔날레는 대만의 특수한 역사적 기억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인인 나와 동질감을 형성하고, 전 세계 예술가의 ‘갈망’으로 확장한다. 관람객은 작품마다 각자의 공감과 슬픔을 발견할 것이고, 자신만의 속삭임을 읊조릴지도 모른다.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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