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의 또 다른 ‘처음’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간판스타 차준환과 잘 어울리는 단어 중 하나, 바로 ‘처음’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온 차준환이 한국 피겨스케이팅에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순간을 만들었습니다.

25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는 202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날 차준환은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OST에 맞춰 연기를 펼쳤는데요, 전날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99.64점으로 자신의 최고점을 경신했던 그는 이날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 점수 105.65점, 예술 점수 90.74점으로 합계 196.39점을 따냈습니다. 이 역시 자신의 최고점입니다. 

환한 미소로 연기를 마친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총점 296.03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우승자로 올해도 1위를 차지한 일본의 우노 쇼마 선수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은메달을 따는 데 성공했죠. 이는 피겨스케이팅 한국 남자 선수 최초입니다. 차준환은 지난해 이 대회를 치르다 부츠가 망가지면서 기권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내고 웃을 수 있게 되었죠.

그는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도 새로 썼습니다. 그동안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수확한 한국 선수는 ‘피겨 여왕’ 김연아가 유일했지만, 이번에 차준환이 은메달을 따면서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희망을 다시 보게 된 것입니다. 

이제 차준환은 ISU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세계 랭킹 3위에 올랐습니다. 이번 메달로 인해 한국은 처음으로 내년 피겨 세계선수권 남자 싱글 출전권 3장을 따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동료 선수, 가족들에게 ‘다음 올림픽 때는 한국 남자 선수들 티켓 3장을 얻고 싶다’고 말했는데 오늘이 그 시작인 것 같아 정말 기뻐요.”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남자 피겨계에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첫 발자국을 남긴 차준환. 또 다른 ‘처음’을 향한 그의 발걸음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