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여성 실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특별한 디자인 규칙

지난 6월 7일과 8일, 부산 하늘 위로 에르메스 스카프가 날아올랐다. 정확히는 에르메스 실크 프린트를 적용한 테크니컬 캔버스로 만든 연이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펼쳐진 ‘카이트 페스티벌(Kite Festival)’이 한국에 상륙한 것. 청명한 하늘을 알록달록하게 물들인 실크의 아름다운 컬러를 바라보며, <보그>는 에르메스 여성 실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세실 페세(Cécile Pesce)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실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무엇인가? 에르메스만의 차별점을 만들어가는 것. 에르메스는 독특한 독점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실크 프린트 기법인 ‘라 리오네즈(À la Lyonnaise)’, 테리 코튼에 적용하는 리옹(Lyon)에서의 특별한 프린트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런 기술을 통해 이야기를 계속 전달하고자 한다.

매 시즌 다양한 색과 무늬의 실크 컬렉션을 선보인다. 탄생 과정이 궁금하다. 첫 구상부터 까레(Carré) 스카프 출시까지 2년가량 소요된다. 시작은 드로잉이다. 모든 작업은 에르메스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가 하우스 디자이너들에게 연간 테마를 발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연간 테마가 첫 번째 영감이 되는 셈이지만, 보다 현대적인 주제를 다루는 시대정신과 살아 있는 유산인 아카이브도 빼놓을 수 없다. 에르메스 아카이브는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다음 단계는 색. 실크 컬렉션의 두 번째 언어라고도 할 수 있다. 나는 회화, 사진, 패브릭, 빈티지한 색조에서 영감을 얻어 다음 컬렉션의 컬러를 상상한다. 직관적이고 일상적인 작업이다. 드로잉 후 색상을 정하고 채색, 소재, 새로운 노하우의 탐구, 해당 시즌에 추구하는 기조(Spirit)를 고려한다.

실크 컬렉션을 디자인하는 데 특별한 규칙이 있나? 세 가지 규칙이 필수적이다. 타협 없는 높은 퀄리티, 혁신 그리고 자유!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는 다양한 사이즈로 출시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사이즈가 있다면? 어려운 질문이다. 목에 두르거나 몸을 감쌀 수 있는 140 사이즈는 멋진 드로잉을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착용했을 때 대담하기도 하고. 70 사이즈는 헤드웨어로 활용하기 알맞고,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90 사이즈의 까레 스카프는 늘 가방에 넣어둔다. 언제든 꺼내서 목에 두를 수 있고, 그냥 감상하기도 한다. 가장 상징적인 형태다. 이처럼 에르메스 실크 컬렉션의 모든 사이즈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되는 스타일링 오브제다.

에르메스 실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가장 즐거운 순간은 언제인가? 새로운 디자이너를 발견할 때. 협업을 통해 계속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기쁜 일이다. 컬렉션을 발표하고 반응이 열광적일 때도 큰 보람을 느낀다.

지금까지 수많은 아티스트와 함께 협업을 진행했다. 아티스트 선정 기준은? 드로잉 스튜디오와 긴밀히 협력해 예술 학교, 소셜 네트워크, 현대미술 박람회 등에서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한다. 자발적인 지원을 받을 때도 있다. 몇 해 전에는 ‘그랑프리 뒤 까레 에르메스(Le Grand Prix du Carré Hermès)’라는 경연을 개최해 2021년 우승자인 한국 아티스트 서동주 같은 글로벌 신인 예술가를 발견하는 기회를 가졌다.

에르메스 실크 컬렉션이 가진 특별함에 대해 설명한다면? 에르메스 실크 컬렉션은 드로잉과 색이 빚어내는 예술이다. 풍부함, 다양성, 대담함, 여성성, 혁신, 자유를 담아낸다. 에르메스 하우스에는 자유가 존재한다. 창조의 자유, 구매의 자유, 디자인의 자유다. 여기에는 모두 독특한 고유의 노하우가 있다. 그렇기에 에르메스 실크 제품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에르메스 실크만의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