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패션계를 벗어나고 싶었다” 프랭키샵의 가엘 드레베
여자를 가장 잘 이해하는 건 결국 여자다. 요즘 여자들의 갖가지 취향을 만족시키는 여성 디자이너들을 〈보그〉가 만났다. 프랭키샵의 창립자이자 CEO 가엘 드레베와 소셜 미디어, 가격, 제품, 성장의 균형을 이야기했다.
“프랭키샵(The Frankie Shop)이 할리우드에 진출했습니다. 이 순간을 오래 기다려왔어요.” 프랭키샵의 창립자이자 CEO 가엘 드레베(Gaëlle Drevet)가 말했다. 지난 2월 프랭키샵은 크로스비 스튜디오(Crosby Studios)와 협력해 선셋 대로에 펼쳐진 메탈릭한 공간에 첫 번째 로스앤젤레스 지점을 열었다. 프리즈 아트 페어 기간에 선보이는 팝업 스토어는 한 달 동안 운영할 예정이었지만, 가엘 드레베는 상황이 허락한다면 기간을 연장하는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았다.
이는 드레베가 2014년 설립한 브랜드 프랭키샵에 대한 그녀의 폭넓은 접근 방식을 반영한 것이다. 프랭키샵은 뉴욕 로어 이스트 사이드의 단일 부티크로 시작했지만, 이제 뉴욕과 파리에 각각 2개 매장을 보유한 온라인 숍으로 성장했으며, 올해 순 매출은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엘 드레베는 프랭키샵의 현재 연간 매출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지만, 마지막으로 공개된 매출은 2022년 말 4,000만 달러였다.
프랭키샵은 아주 명백한 미학을 갖고 있다. 날렵한 오버사이즈 실루엣, 뉴트럴 색상, 질 좋은 기본 아이템을 고집한다. 가장 눈에 띄는 아이템은 블레이저. 보이프렌드 핏 블레이저, 수트 블레이저, 가죽 블레이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카테고리가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기타 인기 상품으로는 패디드 숄더 민소매 티셔츠, 플리츠 팬츠, 옥스퍼드 셔츠, 빅 코트 등이 있다. 트렌드 아이템과 간결한 기본 아이템이 혼합된 프랭키샵 제품은 타 브랜드 제품과도 잘 어울린다.
드레베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2019년 대량생산을 결정했다. 현재 네타포르테, 마이테레사, 에센스 등에 입점해 있다. “프랭키샵은 최신 트렌드에 부합하는 스테디셀러를 지속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시대를 앞서가고 있습니다.” 2020 가을/겨울 시즌부터 프랭키샵이 입점한 마이테레사의 여성복 디렉터 케이티 롤랜드(Katie Rowland)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트렌디한 수트든 유행을 타지 않는 코트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 거죠.”
프랭키샵은 럭셔리 멀티브랜드 리테일러로, 럭셔리를 열망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저렴한 제품의 틈을 메우는 한편, 지출이 많은 고객이 더 비싼 제품과 함께 구매할 수 있도록 품목을 두 배로 늘렸다. “프랭키샵 제품은 하이엔드 브랜드 제품과 매끄럽게 매치돼 고급스러우면서도 접근하기 쉬운 스타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이패션과 로우 패션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거죠.” 롤랜드가 설명했다.
많은 동시대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프랭키샵은 인스타그램 덕분에 명성을 얻었다. 이제는 ‘인스타그램 브랜드’를 넘어 패션 신의 주류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드레베에게 가장 중요한 건 사용자 생성 콘텐츠(UGC)다. 프랭키샵 인스타그램 피드는 브랜드 제품을 착용하고 스타일링한 고객과 인플루언서로 가득하다.
인스타그램 패션 파트너십 디렉터 에바 첸(Eva Chen)부터 마이테레사의 티파니 휴(Tiffany Hsu)까지, 패션 인사이더들은 종종 대중과 브랜드 인스타그램을 공유한다. 세심한 큐레이션으로 매력을 어필하는 것이다. 프랭키샵은 패션 위크 일정에 맞춰 쇼를 진행하지 않는다. 하지만 패션 위크 참석자들에게 의상을 제공하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인플루언서와 크리에이터들이 즐겨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1년에 두세 번 패션 위크에 오는 사람들 모두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거든요. 거기에 맞춰 움직였죠.”
프랭키샵은 패션 위크에 파리에서 새로운 컬렉션과 달콤한 디저트(브랜드 로고를 새긴 검정 커피 컵과 마카롱은 콘텐츠 제작에 적합하다)로 채운 팝업 쇼룸을 매년 운영한다. 이런 접근 방식은 프랭키샵의 정신을 반영한다. 콘텐츠 제작자를 만족시키되 파리라는 후광을 유지하면서, 인스타그램용 저가 브랜드라는 느낌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패션 위크가 프랭키샵에 가장 중요한 기간일 수 있지만, 창업자는 다른 공간을 찾고 있었고, 프리즈 팝업이 딱 맞는 공간이었다. “늘 패션계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패션 위크와 연결되지 않은 세상에 더 많은 것이 있다고 여겼거든요. 로스앤젤레스는 확장하고 싶은 영역이기도 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는 프랭키샵의 본거지인 뉴욕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캘리포니아 소녀들이 기다리는 걸 알고 있었답니다.”
업계 인사이더와 인플루언서 모두를 위해 프랭키샵은 인스타그램 브랜드(모든 게시물에 해시태그 #FrankieForAll과 #FrankieGirl을 붙인다)와 믿을 만한 패션 명소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드레베가 소셜 미디어와 패션 위크를 연결한 덕분이다. 그녀는 패션 위크 참석자들이 미디어 영향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전부터 이 같은 크로스오버를 예견하고 활용했다. 패션 위크에서 프랭키샵의 위상은 엄청나다. 드레베는 뉴욕이나 파리에서 쇼가 시작되기 3~4일 전부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주일 내내 프랭키샵 옷을 입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패션 사업에 종사하는 쉬운 방법입니다. 패션 위크에 매장을 방문하면 쇼를 보는 것 같아요. 내 패션쇼가 매장에서 벌어지는 거죠.”
현재 프랭키샵 트래픽 중 30%는 소셜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며, 비즈니스의 70%는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드레베는 이런 도달 범위가 소셜 미디어와 인플루언서 집단의 클릭 덕분이라고 밝혔다. 프랭키샵 인스타그램은 광고사진이 아니라 브랜드 커뮤니티 이미지로 구성된다. 유스 컬처 에이전시 아카이벌(Archrival)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프랭키샵의 성공 열쇠는 사용자 생성 콘텐츠에 대한 브랜드의 포용력이라고 한다.
프랭키샵은 불과 1년 전 첫 CMO를 고용했다. “전에는 구글 광고 지출을 비롯해 어떤 것도 없었습니다.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위해 영국 회사의 도움을 받은 것이 전부였죠.” 드레베는 10년이 지난 지금은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매달 적절한 금액을 마케팅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유명 인플루언서가 프랭키샵 옷을 입는다고 해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 몇몇은 우리가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더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그리고 그들은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랭키샵 매장을 차별화하는 것은 큐레이션. 이는 후광효과를 얻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매장을 찾은 고객은 프랭키샵 제품과 함께 JW 앤더슨과 프로엔자 스쿨러 제품도 만날 수 있다. 드레베는 매장 내에 프랭키샵과 타 브랜드 아이템을 함께 큐레이팅하는 것이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말했다. “내가 모든 걸 만들진 않아요.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고 여기지도 않고요. 때론 코페르니 스와이프 백처럼 룩에 포인트를 주기 위해 정말 강력한 액세서리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멀티브랜드 리테일러들이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최근 법정 관리에 들어간 런던 매치스패션이 결국 웹사이트를 닫고 운영을 중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매치스패션 역시 큐레이션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구축했지만, 성장하면서 길을 잃었다. 프랭키샵은 자체 브랜드 상품에 비해 도매 상품 재고가 적기 때문에 이 같은 함정을 피할 수 있었다. 타 브랜드 제품은 수익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자체 브랜드 제품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다.
“무엇이 프랭키샵 고객에게 적합한지 알고 싶습니다.” 드레베는 컬렉션 피스를 구매하지 않으며, 다른 브랜드의 베스트셀러를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프랭키샵과 경쟁적인 위치에 있는 제품은 피하고, 프랭키샵 고객의 평균 예산을 너무 많이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해하지 마세요, 로에베도 진열해두고 싶죠. 하지만 찾는 고객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이엔드 디자이너 제품 하나와 저렴하지만 품질이 좋은 제품 셋 가운데 선택해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어리석은 게임이 될 겁니다.”
드레베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고백했다. “나도 실수를 합니다. 우리 블레이저는 600달러인데, 그 옆에 250달러짜리 블레이저가 걸린 경우도 있었죠.” 하지만 그녀는 가격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 다소 저렴한 가격에 좋은 품질까지 갖춘 제품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장에서 프랭키샵의 미학과 중간 가격대는 브랜드가 히트하는 계기가 되었다. 가격은 65달러에서 750달러 사이. “이는 매우 의도적인 것입니다. 한 푼이라도 쥐어짜는 중이죠.”
그녀는 힘들다고 했다. “특히 요즘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원단이 훨씬 비싸졌어요. 배송비도 더 비싸고요. 확실히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도 가격을 조금 올렸어요. 그럴 필요가 없었으면 좋겠지만요. 대신 원단도 많이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현재 프랭키샵에서는 캐시미어 코트를 499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가죽 제품은 소비자 직접 의뢰(DTC)로 구매할 수 있다. 더 비싼 품목은 도매로 판매하지 않는다. “그게 차이점입니다. 도매를 한다면 가격이 세 배는 비싸지겠죠. 그걸 원치 않아요. 그래서 가격대를 유지하기 위해 도매 사업에서 많은 부분을 줄였습니다.”
드레베는 품질과 가격, 인스타그램 브랜드와 패션 주류 사이의 균형이 프랭키샵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믿는다. “패션을 사랑하지만 집세도 내야 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입니다. 모두가 파크 애비뉴에 사는 부유한 여성은 아니에요. 일부는 그렇지만, 그건 잘된 일이죠. 프랭키샵을 고급스럽고 럭셔리한 브랜드로 느끼도록 하는 게 목표니까요. 하지만 우리 주요 타깃은 믹스 매치를 좋아하는 커리어 우먼입니다.”
그러나 럭셔리를 열망하는 소비자를 만족시키려다 ‘제2의 탑샵’이 되는 일은 없도록 조심하고 있다. “현존하는 가장 큰 브랜드가 되고 싶진 않습니다. 전 세계 모든 곳에 매장을 열 생각도 없고요. 사람들이 우릴 찾아오면 좋겠어요. 엄격하게 관리해야 흥미를 더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드레베는 더 큰 매장을 원하지만, 너무 많은 매장을 여는 것은 지양한다. “매장은 일시적인 것입니다.” 그녀는 현재 매장 공간 중 일부가 좁다는 것을 인정하며 말했다. 하지만 확장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프랭키샵의 다음 전초기지가 런던이 될 것이라는 매체의 보도가 있었다. 일정에 대한 질문에 드레베는 “보류 중”이라고 답했다. 임대료가 비쌌기 때문이다.
“우리 사업의 핵심은 ‘얼마나 지출하고 있는가? 그러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인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입니다. 우리는 다른 지역에 여러 팀을 두고 있지 않습니다. 하나의 부서가 모든 나라를 관리하죠.” 그녀는 이런 유연성이 성공의 기반이 되었다고 말했다. 프랭키샵은 특정 기간 주어진 프로젝트에 얼마를 투자할 수 있는지에 따라 지금까지 성장해왔다. “적어도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기초공사가 끝났습니다.” 그녀가 미소 지었다.
드레베는 균형을 염두에 두고 성장을 추구하기 위해 도움을 받을까? 절대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투자를 받은 적은 없지만, 드레베는 투자에 열려 있다. “사업이 진행되는 것을 보니, 혼자 이 일을 할 순 없습니다. 적당한 파트너를 찾아보려고요. 문은 확실히 열려 있습니다.” (V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