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여름이 된 순간, 한로로
한로로가 또 다른 열매를 꺼냈다.
<보그> 코리아와 스포티파이 ‘레이더 코리아(RADAR KOREA)’의 스페셜 에디토리얼, ‘What’s on my RADAR’ 두 번째. 미야오(MEOVV)에 이은 주인공은 한로로다. 7월 11일, <자몽살구클럽>이라는 장편소설을 출간한 한로로는 동명의 EP <자몽살구클럽>을 발매했다. 한로로는 ‘입춘’(2022)으로 데뷔부터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그해 BTS RM이 해당 곡을 인스타그램에서 추천하기도 했다). 이후 ‘거울’(2022), ‘정류장’(2023), ‘생존법’(2024)까지, 흡입력 있는 목소리와 섬세한 스토리텔링, 인상적인 사운드로 균형 잡힌 음악 세계를 보여주며, 독자적인 팬덤을 구축해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로로의 세계는 스포티파이 글로벌 리스너들의 지지와 스포티파이의 지원을 받으며 확장 중이다.
2023년 스포티파이는 ‘프레시 파인즈 코리아(Fresh Finds Korea)’ 플레이리스트에 리스팅하고, 2024년 ‘인디 코리아(Indie Korea)’ 플레이리스트 커버 아티스트로 선정하며 꾸준히 아티스트를 지원해왔고, 2025년 레이더 코리아를 통해 보다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한로로는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챕터를 열었다. ‘소설’이라는 조금 더 긴 호흡을 통해 본인의 세계를 들려준 것이다. 한로로가 쓰는 소설이라니. 발간 전부터 많은 관계자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발간일, 2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이 내게 도착하자마자 앉은자리에서 단숨에 해치웠다. 묻고 싶은 게 더 많았지만 인터뷰에 싣지 못한 것들이 더 많다. 나의 시선을 포장지처럼 섣불리 씌우는 대신, 단단하게 영근 ‘자몽살구’ 열매가 우주의 사랑 속에서 무르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까지 구슬처럼 느껴져 좋았던 ‘레이더(RADAR)’와 <보그>의 두 번째 스페셜 에디토리얼. ‘What’s on my RADAR’를 통해 푸릇하고 빛나는 계절 한가운데 존재하는 한로로와의 순간을 공유한다.
<보그> 코리아 그리고 스포티파이와의 첫 만남이죠. 오늘 촬영 어땠어요?
촬영 전부터 기대가 컸습니다. 촉촉한 날씨가 무엇보다 제 마음에 꼭 들었어요. 특히 초록빛 풀밭 위에 침대를 마련해주셨는데, 그 위에서 촬영한 결과물이 어떻게 나왔을지 무척 궁금해요.
스포티파이 레이더의 존재는 너무 잘 알고 있었을 것 같아요. <보그>와의 ‘레이더 코리아’ 첫 아티스트가 미야오이고, 두 번째가 바로 한로로죠. 두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소감이 어땠나요.
실제 스포티파이 애용자로서 솔직히 얼떨떨하면서 뿌듯했어요.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 중에서도 매우 뜻깊은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요.
한로로가 글로벌 스포티파이 레이더에서 주목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일지도 궁금한데요.
이미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신인 그룹,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를 추천합니다. 걸음걸이가 당당해지고 싶을 때 ‘Wicked’를 반복해서 듣곤 합니다!
작가가 되고 싶었다는 것도, 글 쓰는 걸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 자기 작품을 내보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잖아요. 소설 <자몽살구클럽>을 출간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언제인지 궁금해요.
작년 여름쯤이요.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어요.
노래를 통해 마음을 드러내는 것과 소설을 통해 전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아무래도 노래는 2~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모든 메시지를 응축해서 담아야 하는 불가피한 한계가 있는데, 소설을 쓸 때는 노래만큼의 시간 제약이 없어 흐름을 갖고 여유롭게 갈 수 있었어요.
소설 <자몽살구클럽>은 자신을 포기하고 싶으면서도 서로 보호 장치가 되어주려고 발버둥 치는 네 소녀의 이야기입니다. 그 마음을 ‘자기 연민’이 아니라 우정, 사랑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섬세하게 담은 솔직한 문체와 담백함이 좋았습니다. EP <자몽살구클럽>은 어떤 시선으로 구성되었나요.
소설은 자몽살구클럽에 입단하는 ‘소하’의 시점으로 시작되고, 구성되어 있지만, EP <자몽살구클럽>은 꼭 소하만의 시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았어요.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되는 곡이 있고, 보현과 유민 시점에서 만든 곡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야기 사이사이에 가사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나와요. 자연스레 앨범 <자몽살구클럽>을 떠올리며 읽게 됐어요. 노래와 소설, 집필과 발매 준비 과정 순서가 어떻게 되나요?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전체 과정을 놓고 보면 소설을 먼저 완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노래를 만들기 전 꼭 글을 써보는 습관이 다시 한번 녹아든 작업이었어요. 완성한 소설 속 주요 장면을 노래로 풀어내기 위해 노력했죠. 다만, EP <자몽살구클럽>의 타이틀 곡 ‘시간을 달리네’는 꽤 오래전 러프하게 쓴 곡인데, 이번 소설과 일치하는 메시지를 품고 있어 자연스레 수록했어요.
작가 한로로와 뮤지션 한로로를 분리할 수 없겠지만, ‘자몽살구인간’을 만들기 위해 했던 일을 말해줄 수 있을까요.
소설을 쓸 때만큼은 보다 풋풋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했어요. 중학교를 졸업한 지 어언 10년 정도 되어버린 제가 여중생 시점으로 소설을 전개하려다 보니, 은연중에 어색함이 드러날까 걱정했거든요. 실제 중학생 친구들이 올리는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학생들이 하교하는 시간에 버스를 타본다거나 하면서, 그들의 일상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함을 제 마음에 담아보려 했던 것 같아요. 지금껏 제가 써온 가사가 부드러운 포장지로 감싸인 느낌이었다면, 소하의 시점으로 만들어가는 소설은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등장하는 소년들처럼 포장조차 안 된 솔직함, 충동스러움이 한껏 드러났으면 했어요.
일부 챕터는 D-day가 표기되어 있어요.
여름이 지나기 전까지, 그러니까 여름방학이 찾아오기 전까지 4명이 모두 생존하려면 20일이라는 시간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베스트일 거라 생각했어요. ‘아이들이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현실성을 최대로 이끌기 위해 방학식뿐만 아니라 중간고사, 기말고사, 동아리 모집 기간 또한 어느 시기에 이루어지는지도 하나하나 알아봤어요.
네 소녀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감정이 들었나요. 전 읽는 동안 그들 곁에 서로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을 보던 때와 비슷한 감정이랄까. 또 어린 시절 내 곁에 자몽살구클럽 친구들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괜히 코끝이 시큰해지기도 했고요.
저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가장 여리고 혼란스러웠던 중학교 시절에 자몽살구클럽 부원들을 만났다면 어땠을까?’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면서 글을 썼죠. 그때는 누가 내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웃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잖아요. 실제로 그런 동아리에 있었다면 소중하고 든든한 추억이 생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한로로는 어떤 중학생이었나요.
중학교에 다닐 때는 정말 활발하고 적극적인 학생이었어요. 한때는 친구들의 미소가 저의 모든 것이었죠. 그때 같이 많은 추억을 쌓은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잘 만나고 있어요. 저의 몇 안 되는 행복입니다.
<자몽살구클럽> 속 인물 중에 조금 더 정이 가는 친구는요?
음, 태수? 저의 중학생 시절과 가장 닮은 인물이라서요.
소하는 가장 마지막에 자몽살구클럽에 합류한 구성원임에도 큰 소속감을 느끼고, 본인의 세계를 투영하고 치유받는 것 같았어요.
셋에 비해 소하의 삶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보호해줄 부모도, 가정 문제를 함께 극복할 형제도, 같이 뛰어놀 친구도, 본인 이야기를 들어줄 선생님도요. 소하는 자몽살구클럽에 가입하고 나서 처음으로 보호받고, 자기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게 되죠. 또 도망칠 곳을 찾고, 웃을 수 있게 되고, 결국 본인 감정에 솔직해집니다. 남들에 비해 다소 조용하고 더딘 성장이지만 그렇게 자신을 알아가게 되는 거죠.
인생이란 내내 고통스럽다가도, 살아 있기 참 잘했다고 느끼는 순간이 가끔 반짝 찾아올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마치 <자몽살구클럽> 속 네 친구처럼요. 한로로가 최근에 느낀 행복의 순간을 <보그> 독자에게 공유해준다면.
찰나의 행복이라 하면 첫 소설이 자신 없다가도 이런 소중한 감상 평을 덜컥 접할 때도 해당되겠죠. 정성을 들인 만큼 그 정성을 알아주는 누군가와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순간이 버틸 힘을 주는 것 같아요.
읽는 동안 OTT 플랫폼에서 작품화하는 것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나요? 그렇게 된다면 꼭 캐스팅하고 싶은 배우가 있을까요?
상상만 해도 행복하지만, 누군가를 특정 짓기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실제 학생들이 연기했으면 합니다. ‘시간을 달리네’ 뮤직비디오에도 미성년자 배우분들이 나오거든요. 그럼에도 사심 가득 담아 음악 선생님으로는 천우희 배우님을 상상해보고 싶습니다.
한로로의 책을 누군가에게 선물한다면, 어떤 사람에게 주면 좋을까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모르고, 무슨 이유로 죽고 싶은지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결코 해피엔딩은 아닐지언정, 저와 함께 생각해볼 요소가 많지 않을까요.
인간은 작은 것으로도 죽고 싶어지고, 또 살고 싶어지기도 해요. 어른이 되어서도 그 이유는 줄어들지 않고 증식하는 것 같아요. 한로로의 삶에 대한 태도는 어떤지 문득 궁금해졌어요.
다소 낙관적인 태도로 살아요.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고요. 고통과 행복, 죽고 싶은 마음과 살고 싶은 마음은 늘 공존하고 순환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그렇게 된 것 같아요. 힘들 때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고, 진짜 지나가고 나서는 ‘역시 내가 맞았어! 하하하’로 마침표 찍으며 살아가고 있네요.
한로로라는 사람의 인생을 소설로 쓴다면 어떤 장르가 되길 바라나요? 그리고 어떤 문장으로 시작되길 바라는지.
제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사랑’입니다. 제 인생의 사랑과 관련된 여러 에피소드를 한 권에 담았으면 좋겠어요. 장르는 좀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로맨스나 판타지 장르로 너무 치우치지는 않았으면 해요. 첫 문장은 ‘그녀는 그녀도 알 수 없는 희한한 사랑이었다.’
지금, 이 순간 추천하고 싶은 소설이 있다면.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김애란 작가님의 <비행운>이요. 친언니의 책이었던 것 같은데, 어릴 때 책장에 있던 것을 호기심으로 펼치고 난 후 머릿속에 아주 오래 자리 잡은 소설집이에요.
한로로의 한 발짝을 기대하고 있을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쉬지 않고 달릴 겁니다! 북 토크부터 올해가 끝나기 전 단독 콘서트까지 꿈꿔보는 중입니다.
이 세상 어딘가 자몽살구클럽을 찾고 있을 누군가에게 한마디 해준다면요?
자몽살구클럽 가입 티켓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이 힘들 때면 언제든지 이 클럽을 찾아오세요. 제가 악기 보관실에 상주하고 있을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하나 더, 올해에 스포티파이에서 이루고 싶은 소소한 목표가 있다면요.
스포티파이에는 ‘스포티파이 랩드 연말결산’이라는 독보적인 시스템이 있잖아요. 올해 연말에는 작년보다 두 배 이상의 리스너들이 제 음악을 즐겨주셨으면 하는 목표가 있어요!
한로로가 전하는 위로, 스포티파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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