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향수의 패러다임 전환, ‘프라다 뷰티’의 신작
“열다섯의 나는 어떻게 생각할까?” 작업 방식을 묻는 <보그>의 질문에 미우치아 프라다는 자신에게 이 같은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고 답했다. 고급 가죽이 럭셔리 업계를 지배할 때 나일론으로 전 세계를 매혹시키고, 어글리 시크라는 이름으로 미의 기준을 뒤엎은 도전가. 그녀의 세계를 정의한다면, 기존의 패러다임에 끝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도전하며 변화를 이끄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프라다의 정수를 담은 남성 향수가 등장했다. ‘프라다 패러다임 오 드 퍼퓸(Paradigme Eau de Parfum).’
‘What if there’s another way?(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곧 고정관념을 초월하는 남성 향수 ‘프라다 패러다임’ 탄생으로 이어졌다. 부드럽거나, 강하거나! ‘남성은 이래야 한다’는 정형화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시선을 지닌 남성을 프라다 뷰티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자신감은 ‘호기심’으로, 강인함은 ‘섬세함’으로, 성공은 자신만의 패러다임을 창조하는 ‘자유로움’으로, 초록빛 보틀 안에 담겼다.
고정관념에 대한 의문은 기존의 조향 방식과 향수의 보틀, 앰배서더 선정으로 이어졌다. 미우치아 여사가 그러했듯 정답을 찾기 위해 질문에 질문으로 응했다. 그 결과 마리 살라망, 브루노 조바노비치, 니콜라스 보네빌까지 조향사 세 명은 ‘리버스 피라미드 조향법’이라는 혁신적인 답을 내놨다. 일반적으로 원료의 배합 비중에 따라 베이스 노트가 서서히 드러나는 데 반해, 패러다임은 뿌리는 순간 베이스와 하트 노트가 가장 먼저 밀려온다. ‘톱-하트-베이스’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향의 전개 방식을 완전히 뒤집은 형태다. 첫 향에서 베이스 노트인 앰버리 우드가 묵직하고 부드럽게 코끝을 자극하면, 여름의 풀 내음이 섞인 제라늄 꽃 향이 강렬함을 감싸 안고, 마지막으로 베르가모트가 경쾌한 방점을 찍어 신선한 잔향을 남긴다. “이런 역발상은 대단히 매혹적이며 예상치 못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조향사 니콜라스의 말처럼 묵직함에서 달콤하게 변하거나, 신선함에서 부드러움으로 연결되는 일반 향수와 달리, 우드의 부드러움에서 상쾌하게 이어지는 향의 전환을 떠올려보라. 가볍고 산뜻한 끝맛은 아무리 맡아도 질리지 않고, 세련되며 모던하다.
패러다임의 보틀도 마찬가지다. 검정과 초록의 선연한 대비, 네모진 실루엣에 둥글게 처리된 마감은 ‘절제된 세련미’라는 프라다의 미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과감하게 뒤집은 삼각 프라다 로고는 또 어떠한가. 패러다임의 조향 스타일인 ‘리버스 피라미드’를 몸소 증명하며, 당신의 패러다임도 뒤집어보라 권한다.
“우리는 이 제품에 더할 나위 없는 세련미와 약간의 유니크한 감성을 가미하여 프라다 고유의 분위기를 담아냈습니다.” – 프라다 뷰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코랄리 살렘
이것이 끝이 아니다. 패러다임 프라다의 출시를 기념하는 ‘What if there’s another way?’ 글로벌 캠페인의 주인공으로 ‘톰 홀랜드(Tom Holland)’를 선정한 것도 의미가 깊다. 스파이더 맨으로 눈도장을 찍었지만, 그는 열두 살에 이미 런던의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라 스스로 길을 개척하며 꾸준히 연기 경력을 쌓았다. 스파이더 맨 이후에도 영화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체리>, <언차티드>, 드라마 <크라우디드> 등에서 마약중독자, 다중인격자 등의 역할을 맡으며 자신의 한계를 부수고 나아가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또 가족과 함께 자선단체인 ‘브라더스 트러스트(The Brothers Trust)’를 설립, 자신의 영향력을 사회 공헌 활동에 적극 활용한 점에서 ‘패러다임 맨’에 제격이 아닐 수 없다.
스파이더 맨에서 ‘패러다임 맨’이 된 톰 홀랜드. 연약함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 없는 자신감으로, 재치를 겸비한 유연한 태도로 세상과 소통하는 그는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결단력으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이다.
Q. 프라다는 브랜드로서 아주 뚜렷한 정체성을 지니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톰이 프라다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톰의 마음을 울리는 지점이요.
TH. 저는 오랫동안 프라다와 함께해왔고, 레드 카펫에서도 늘 프라다 옷을 입었어요. 보통 그런 자리는 편하지 않은데, 프라다를 입으면 자신감 있게 나설 수 있죠. 프라다 패러다임 오 드 퍼퓸을 처음 뿌렸을 때도 그와 똑같은 느낌을 받았고요.
Q. 프라다 패러다임은 자신감을 ‘호기심’으로, 성공을 ‘자기만의 자유’로 재정의했어요. 이 콘셉트를 톰의 시각으로 해석할 수 있나요? 당신의 여정과 연결점이 있는지도요.
TH. 제게 성공이란 행복이고, 충만한 삶이에요. 향수를 뿌리는 건 집을 나설 때 특별함과 자신감을 느끼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주변에 항상 같은 향수를 뿌리는 친구가 있는데, 어딘가에서 그 향을 맡게 되면 친구가 떠올라요. 그렇게 향수가 한 사람만의 시그니처로 인식되는 게 좋아요.
Q. 프라다 패러다임은 ‘정체성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라는 개념도 담고 있어요. 이에 동의하시나요? 이 개념이 당신의 삶에 어떻게 반영된다고 생각하나요?
TH. 완벽히 동의해요. 우리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변화하고,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저처럼 변화가 필수적인 삶을 사는 사람에게는 사실 ‘변하지 않는 것’이 필요해요. 제겐 프라다 패러다임 향수가 절대 상수예요. 어디서나 변함없는 존재잖아요. 완전히 반했어요. 어디든 가지고 다닙니다.
Q. 정체성 이야기를 하니, 연출에도 관심이 있죠? 카메라 뒤로 가는 것에 끌리는 이유는요?
TH. 연출은 내러티브를 만들잖아요…. 세계를 구축하며,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 그 과정이 굉장히 흥분돼요. 높은 수준의 창의적 통제권을 쥐고, 배를 이끌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건 정말 매력적이에요.
Q. 이번 캠페인은 토마스 빈터베르(Thomas Vinterberg)가 연출을 맡았죠? 그와의 작업에서 가장 기대한 게 있었다면?
TH. 전 토마스나 그의 작품에 완전히 매료되었어요. 함께 일하게 되어서 정말 기대가 컸고요. 기쁘게도 그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죠. 정말 즐거웠습니다.
“저는 ‘새로운 방식은 없을까?’라는 질문에 깊이 끌렸어요. 이 질문은 매일 급변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 젊은 세대에게 새롭고 다양한 도전에 맞서는 데 큰 힘이 됩니다.” – 영화배우 톰 홀랜드
Q. 실제 토마스와 작업하는 과정도 궁금하네요. 그가 남달랐던 점은?
TH. 토마스는 굉장히 협업적인 감독이었어요. 우리는 패러다임의 개념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죠. 관습에 도전하는 것, 자신의 길을 찾는 것에 대해서요. 그가 제게 자유롭게 춤을 추라고, 어린아이의 자유로움에 뿌리를 두라고 격려해준 게 인상 깊었어요. 나이가 들수록 자의식이 강해지잖아요. 캠페인 영상은 자신을 내려놓고 다시 ‘최고의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이야기예요.
Q. 과거로 떠나볼까요? 향수에 대한 첫 기억은 무엇인가요?
TH. 아버지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셨던 향수요. 절대 잊지 못해요. 좋아하던 여자애가 그 향이 좋다고 칭찬했거든요. 정말 멋진 하루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