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코’가 서울에 연 새로운 지평
창의적 본능으로 의기투합한 두 여인은 그들의 고향 밀라노나 패션 수도 파리에 머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았다. 질다와 조르지아가 영역을 넓힌 곳은 다름 아닌 이비자와 서울이다.
긴 생머리와 시크한 스타일로도 잘 알려진 설립자 질다 암브로시오(Gilda Ambrosio, GA)와 조르지아 토르디니(Giorgia Tordini, GT)의 영향력은 더 강력해지고 있다.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아티코(The Attico)’의 가파른 성장이 이를 증명한다. 최근 이비자에 이어 서울에 전 세계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디지털 속 세상을 넘어 가장 패셔너블하고 핫한 에너지를 품은 이 도시까지 도달한 것이다. 화려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담아내는 이들의 시선은 오늘날 젊은 세대가 추구하는 자유와 개성을 대변한다. <보그>는 이 두 여인과 함께 아티코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나?
GT 패션계에서 여러 지인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가까워진 건 함께 일을 시작하면서부터다.
GA 우리 둘도, 아티코도 창의적인 본능에서 시작됐다. 브랜드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더 돈독해졌다.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다 디자이너가 되어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컬렉션을 바라보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나?
GT 우리는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고, 아티코를 론칭하기 전 여러 하우스에서 디자이너와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처음부터 중심은 언제나 디자인이었다.
GA 우리는 시각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인다. 하나의 컬렉션을 완성할 때 옷뿐 아니라 태도, 감성, 공간까지 함께 구상한다.
의견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순간과 충돌하는 순간이 궁금하다.
GA 주로 감정과 본능에 따라 디자인한다. 스케치에 앞서 이미지로 생각을 풀어가는데, 서로 다른 관점으로 시작해도 결국 같은 결론에 이를 때가 있다. 그 순간 방향이 올바르다는 걸 확신한다. 물론 충돌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마찰이 오히려 상상을 더 선명하게 구현한다.
GT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지만 개인적인 스타일은 다르다. 나는 구조와 실루엣에 신중하고 정교한 편이고, 질다는 즉흥적이고 다층적인 에너지를 더한다. 하지만 ‘감정, 여성상, 메시지’라는 큰 틀에서는 언제나 일치한다. 의견 차이는 오히려 두 사람의 본능을 반영한 더 확실한 정답을 도출한다.
‘Attico’는 ‘펜트하우스’라는 뜻이다.
GA 단순한 장소가 아니라 하나의 상태다. 우아함과 과잉이 공존하는 곳. 여성이 모든 면모와 모순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다. 우리가 만들고자 한 세계의 출발이었다.
GT 우리에게 ‘Attico’는 시각적인 상징이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자유와 자기 통제력을 동시에 갖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들도 다른 여자 디자이너처럼 여자들의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인가?
GA 모든 것은 관찰에서 나온다. 여성의 몸짓, 벽에 드리운 그림자, 낡은 직물의 질감, 클럽의 공기. 건축, 음악, 거리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모은 새로운 파편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GT 나는 인테리어, 오브제, 사진, 타이포그래피의 구조에서 영감을 얻는다. 균형과 긴장, 비율에 끌린다. 동시에 드레이프처럼 옷감이 감싸는 힘에도 매료된다. 현실의 여성이 움직이고, 선택하고, 실용과 유혹이 공존하는 모습이 출발점이다.
브랜드 론칭 후 첫 런웨이로 2024 S/S 컬렉션을 선보였다.
GA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세계가 현실이 됐다. 첫 런웨이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전율이었다. 이미지가 아니라 움직임과 공간을 이용해 우리의 세계로 초대하는 순간이었으니까. 해방감과 확신이 동시에 밀려왔다.
GT 런웨이는 우리의 행보를 알리는 새로운 단계였다. 아티코가 ‘이미지’에서 ‘경험’으로 확장하는 순간이었다. 빛, 리듬, 시선으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정교하게 풀어낼 수 있었다.
대비되는 아이템을 매치하는 것이 대표적인 스타일이다.
GA 서로 다른 요소의 대비에 매력을 느낀다. 대비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흥미롭다. 예를 들어 롱 드레스에 스니커즈, 블레이저에 보디수트를 더하는 식의 살짝 비틀린 조합. 여성이 실제로 옷을 입는 방식과도 닮았다.
GT 우리는 불균형 속에서 조화를 찾는다. 나는 테일러링으로 그 긴장을 무너뜨리지 않는 기술적인 완성도를 유지한다. 모든 옷에는 타당한 이유와 기능이 존재한다. 그래서 우리의 대비는 단순한 미학이 아니라 실용적이고 지적인 균형이다.
2025 F/W 캠페인은 강한 실루엣, 대담한 포즈, 거대한 타이어 세트 등 이전 컬렉션에 비해 더 과감했다.
GA & GT 아티코의 본질인 ‘다층성’과 함께 우리가 그리는 여성상을 담았다. 이번 컬렉션은 슈퍼모델 나타샤 폴리가 전해준 에너지로 완성했다.
그렇다면 ‘아티코’가 그리는 여성상은?
GA & GT 다면적인 여성이다. 관능적이면서 강인하고, 신비롭지만 즉흥적이다. 한 여성이 가진 변화의 잠재력과 다양한 면모를 담아내고 싶다.
아티코가 시작된 도시, 밀라노가 아닌 이비자에 첫 부티크를 오픈했다. 두 번째 도시가 서울이다. 휴양지인 이비자와 밀도 높은 도시 서울은 다르게 느껴진다.
GA & GT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이 아닌, 비슷하지만 새로운 공간에서 출발하고 싶었다. 이비자는 자유와 대담함이 공존하는 곳이다. 밀라노만큼 우리에게 지극히 사적이고 꿈같은 도시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두 번째로 선택한 서울은 호기심, 스타일, 개성 같은 문화적 에너지가 대단하다. 아티코의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완벽한 도시다.
실제 욕조가 놓인 라운지가 인상적인 이비자의 부티크는 ‘집 같은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 매장에서는 어떤 점에 주목했나?
GA & GT 각 부티크는 한집의 서로 다른 방처럼 설계했다. 서울은 ‘도서관’이다. 따뜻하고 아늑하며 지적인 공간. 스틸, 우드, 벨벳 소재와 빈티지 이탈리아 가구, 우리가 영감을 얻는 책이 어우러졌다. 쇼핑뿐 아니라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되길 바란다.
한국 고객에게 두 사람만의 스타일링 팁을 준다면?
GA & GT 자신감 있는 여유를 섞은 믹스 매치 스타일링을 추천한다. 날렵한 코트에 헐거운 부츠, 스팽글 아이템에 바시티 재킷. 아티코는 규칙보다 ‘애티튜드’에 중점을 둔다.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하길. VK
WELCOME TO SEOUL
지금 서울은 전 세계 패션 브랜드가 향하는 궁극의 목적지다. 스스로를 시험하고 증명하기 위해 도쿄, 런던, 밀라노에서 건너온 글로벌 브랜드 3개를 <보그 코리아>가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