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에는 ‘이 부츠’를 신으세요!
올가을엔 ‘부츠’ 한 켤레면 충분합니다.
2026 봄/여름 패션 위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죠. 민소매를 입든 트렌치 코트를 걸쳤든, 혹은 미니스커트나 청바지, 치렁치렁한 드레스 관계없이 모두가 ‘부츠’를 신었다는 사실이요! 2025년에는 부츠가 유행할 것이라고 내내 주장했던 것이 무색하게 전 세계가 부츠에 발을 욱여넣을 엄두도 안 난 여름을 지났습니다. 그러니 그동안 개시도 못 한 채 신발장에만 넣어두었던 부츠들이 찬 바람이 불자 꺼내 달라 아우성이었죠. 싸이 하이 부츠에서 스웨이드 부츠, 첼시 부츠까지 온갖 부츠들이 뉴욕에서 밀라노까지 패션 위크 길거리를 점령한 이유였고요.
올봄에는 카우보이 부츠나 프린지 부츠처럼 디테일이 많은 화려한 디자인이 사랑받았던 것과 달리 가을 길거리에선 매끈한 디자인이 눈에 띄었습니다. 화려한 옷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한 미니멀 전략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싸이하이 부츠를 발끝까지 내려오는 미니멀한 블랙 드레스안에 숨겨둔 이들도 많았죠. 이건 그저 신고 싶은 슈즈를 신은 것이거나 잘못된 신발 이론에 입각한 스타일링이었죠. 즉, 올가을에는 가지고 있는 부츠를 마음껏 어디에나 매치해도 좋다는 겁니다. 슬라우치 부츠처럼 흘러내리는 모양새는 세련돼 보이고요. 힐 모양이 독특한 양클 부츠는 청바지 안으로 쏙 넣으면 그것 자체로 포인트가 되죠.
올가을 트렌드를 저격 중인 새로운 부츠들을 네타포르테(NET-A-PORTER)에서 골라왔습니다. 싸이하이 부츠에서 첼시부츠까지, 마음 가는 대로 골라 신으세요!
앵클 부츠
발에 딱 감기는 앵클 부츠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발목에 딱 맞는 길이에 편안합 굽 높이라니, 낮으면 괜찮은 거 아닌 거 하는 이들에게 큰 벽이 생기죠. 발목 길이를 잘못 맞추면 걸을 때마다 발목이 쓰라려서 다시는 신고 싶지 않은 신발이 될 확률이 있고요. 굽 높이는 높낮이와 상관없이 묘하게 허리 통증을 유발하거나 발 아치가 계속 당기기 때문에 자신에게 편안한 높이를 찾는 것이 중요하죠. 하지만 일단 잘 고르기만 하면 앤 해서웨이처럼 오피스 룩에도 잘 어울리고, 청바지와 니트에 매치하거나 지난 여름 내내 입은 보헤미안 스커트, 맥시 드레스까지 옷장 속 어떤 옷과도 잘 어울릴 겁니다. 올해는 앞코가 뾰족하고 건축적인 굽 모양의 부츠가 눈에 띄니, 트라우저에 매치하면 은근히 멋스러워집니다.
싸이 하이 부츠
현재 가장 트렌디한 부츠를 고르라면, 허벅지를 타고 올라오는 싸이 하이 부츠입니다. 10년 전처럼 타이트하지 않고 허벅지가 낙낙하거나 슬라우치 핏 스타일로 다시 인기를 몰고 있죠. 신기만 하면 어떤 옷이든 극적인 무드를 만드니 호불호가 있지만, 최근 경향을 보니 꼭 그런것만은 아닙니다. 미니스커트나 청바지 위로 신어 부츠의 특성을 드러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스커트 안으로 몰래 숨기는 이들이 많아졌죠. 대신 스커트 밑으로 흘러내리는 듯한 뉘앙스만 보이도록 하는거죠. 여유로우면서도 미니멀 룩에는 질감 만으로도 세련된 멋이 생깁니다.
니 하이 부츠
롱부츠를 지칭할 때 흔히 떠오르는 그 슈즈! 가장 인기 있는 무릎 높이의 니 하이 부츠입니다. 세련된 검은색 레더를 선택하든, 에나멜이든, 2025년 트렌드 소재인 스웨이드 건 클래식의 값을 하죠. 스커트, 드레스, 복서 팬츠와 버뮤다 팬츠까지 어울리지 않는 것을 찾기가 어려운 기특한 슈즈니까요. 요즘처럼 다양한 부츠가 나와 경쟁을 벌일 때, 기본 아이템을 들여 놓는 게 가장 똑똑한 소비이기도 하고요. 내년부터는 본격 미니의 시대가 온다고 하니 다리 가리기용으로 장만해 두기에도 적합하죠!
라이딩 부츠
미우미우가 2022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바이커 부츠를 선보인 이후 꾸준히 벨트나 장식이 들어간 부츠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알렉산더 맥퀸, 끌로에, 이자벨 마랑 등이 이에 협조했고요. 하지만 2025년 가을 들어서는 주렁주렁 스타일보다는 승마 부츠 형태의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에르메스나 버버리가 그랬죠. 이를 두고 영국 ‘보그’는 요즘 멋쟁이들이 지루한 부츠를 신고 다닌다고 평했습니다. 레이스업 부츠를 사랑하는 나라이니 그럴만도 하죠. 버클을 대거 생략한 심플한 버전의 승마 부츠는 사실 좁아진 바지 통과 연결됩니다. 레깅스나 통이 좁은 스키니 팬츠와 매치하면 곧은 승마 부츠의 라인과 연결돼 늘씬 느낌을 주죠. 추천해보자면, 스커트보다는 스트레이트 핏의 팬츠를 욱여 넣었을 때 좀 더 멋부린 태가 날 겁니다.
첼시 부츠
빅토리아 여왕의 신발 제작자 J 스파크스홀(J. Sparkes-Hall)이 디자인한 부츠죠. 뒤꿈치에 풀 온 루프(벗기 편하게 달려 있는 고리), 도톰하고도 낮은 굽, 그리고 신축성있는 사이드 패널이 들어 있을 때 ‘첼시 부츠’라 부릅니다. 비틀즈와 롤링 스톤즈의 지지를 받으며 클래식의 반열에 들어섰죠. 그래서 신는 사람들은 계속 신는 첼시 부츠는 오아시스가 재결합을 해서인지, 부츠의 붐과 함께 부활하는 추세입니다. 종아리 굵기 걱정 없이 편하게 신기엔 첼시 만한 게 없고, 요즘처럼 청바지 통이 좁아지는 때에 슬림 핏이나 스트레이트 핏에 매치하기에 제격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