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의 뜨거운 감자, AI 배우 틸리 노우드

AI(인공지능)가 예술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미술, 음악, 문학, 그리고 영화에까지도요. 얼마 전 새롭게 등장한 AI 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요? 지금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의 주인공입니다.

노우드는 최근 취리히에서 열린 영화 산업 콘퍼런스에서 공개됐습니다. 커다란 눈에 시원시원한 미소, 길고 풍성한 갈색 머리까지, 살아 있는 배우라고 해도 믿을 정도인데요. 챗GPT가 작성하고 10개의 AI 소프트웨어 도구로 만든 코미디 스케치 <AI Commissioner>에 출연했죠(이 작품에는 16개의 AI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AI 제작 스튜디오 ‘Particle6’가 탄생시킨 노우드가 공개되자, 그와 계약하고자 하는 제작사가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에 대해 반발이 점점 심해지고 있습니다. 배우 에밀리 블런트, 우피 골드버그 등이 소속된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성명을 통해 “노우드는 배우가 아니라 수많은 전문 연기자의 작업을 바탕으로 훈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생성한 캐릭터”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런 콘텐츠는 삶의 경험이나 감정을 끌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본 바에 따르면 관객들은 인간의 경험과 관련 없는 컴퓨터 생성 콘텐츠를 보는 데 관심이 없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노우드 제작자 엘린 반 더 벨덴(Eline Van der Velden)은 노우드를 두고 ‘제2의 스칼렛 요한슨’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는 업계의 분노와 반발에 대해 “(노우드는) 인간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창작물, 예술 작품”이라고 맞섰죠.

이런 와중에 AI 에이전트가 감독을 맡은 영화도 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시간으로 1일, 이탈리아 프로듀서 안드레아 이에르볼리노(Andrea Iervolino)가 AI 감독이 만든 최초의 영화 <The Sweet Idleness> 제작을 발표했습니다. 성명에 따르면, 이 영화는 “위대한 유럽 영화의 시적이고 몽환적인 언어를 기념하기 위해 고안된 작품”이며, ‘FellinAI’라는 AI 에이전트가 감독을 맡았습니다.

AI는 할리우드에서 내내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던 기술이며, 2년 전 많은 작가와 배우가 이 기술에 대한 권리 보호를 요구하며 노동 파업을 진행해 영화계가 마비되기도 했죠. 가까운 미래에 스크린에서 실제 배우와 (마치 실제 사람 같은) AI 배우가 함께 연기하는 날이 올까요? 어쩌면 AI 배우의 레드 카펫에 대해 논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