Добавить новость
ru24.net
World News in Korean
Октябрь
2025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사라짐으로써 기억되는, ‘힐튼서울 자서전’展

0

<힐튼서울 자서전>전이 아니었다면, 40년 동안 서울식 모더니즘의 아이콘이던 건축물의 존재를, 그 문제적 건물이 한때 이토록 가까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었을까요. ‘기억된다’는 것과 ‘사라진다’는 건 종이 한 장 차이지만, 힐튼서울은 사라짐으로써 기억됩니다.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서, 회상과 응시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바로 전시의 힘이죠.

건축 전시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는 이들이 이 전시에 얼마나 감정 이입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적으로 건축물을 전시장에 가져다놓을 수는 없는 데다, 대신 아카이브와 자료를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어떤 자료든 그걸 잘 꿰어내지 않으면 그저 건축물, 즉 남의 이야기일 뿐 입체적인 소통의 힘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내년 1월 4일까지 피크닉에서 열리는 전시 <힐튼서울 자서전>은 꽤 흥미롭습니다. 전시 제목이 의도한 것과 같이, 전시는 힐튼서울이라는 시대를 풍미한 건축물의 생애를 차근차근 톺아봅니다. 누군가의 인생처럼 하나의 건축물이 생겨나고, 전성기를 누리고, 저물어가는 과정의 안팎을 지켜본다는 것이 이렇게 뭉클한 일임을 새삼 알게 되었지요.

피크닉 ‘힐튼서울 자서전’ 전경.
피크닉 ‘힐튼서울 자서전’ 전경.

힐튼서울은 지난 1983년 서울 남산 아래 세워진 한국 모더니즘 건축의 이정표로 통합니다. 전후 1세대 건축가 김종성이 설계한 호텔로, 남산을 감싼 듯한 외관, 다양한 대리석과 목재로 절제된 우아함을 내뿜던 내부, 당대의 미감을 앞서간 내외부의 디자인 요소 등으로 한국 건축사에 길이 남을 공간입니다. 하지만 그저 근사한 호텔에 머물렀다면 이렇게 회자될 일도 없겠지요. 힐튼서울은 도시 역사의 결정적 순간을 함께해왔습니다. 세계은행 및 국제통화기금 총회, 86 아시안게임, 88 서울 올림픽 등 중요한 국제 교류의 무대였지요. 한국식 압축 성장의 시대상이 담긴 호텔은 팬데믹 이후 영업 부진을 이유로 지난 2022년 마지막 날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그리고 준비 기간 혹은 방치된 상태를 지나 지난 5월부터 길고 긴 철거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번 전시는 “철거가 진행 중인 힐튼서울의 대필자가 되어 지나온 시간을 되짚고, 그곳에 축적된 수많은 사연을 기억하고 기록”합니다. 이곳에는 힐튼서울의 탄생과 해체의 흔적이 가득합니다. 특히 설계 초반의 도면, 관계자들 사이에서 오간 서신, 기록사진과 인터뷰 등은 힐튼서울이 지나온 시간의 궤적을 증언하는 귀한 자료입니다. 이번 전시는 올해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 한국관 30주년의 역사를 전방위적으로 조망한 건축 큐레이팅 컬렉티브 CAC가 공동 기획해 더 주목받았는데요, 이들은 건축 전문가와 대중 관객, 사회적 맥락에 대한 고찰과 일상의 기록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감을 발휘합니다. 철거 현장에서 가져왔다는 건축자재와 집기, 공간의 마지막 모습을 담은 작가들의 사진 작업, 건축물 잔해로 재탄생한 설치 작업 등은 힐튼서울의 과거에 생동감을 더하며 현재로 이끌어냅니다.

서지우, ‘사라짐’.
피크닉 ‘힐튼서울 자서전’ 전경.

힐튼서울은 풍요로운 삶과 일상을 갈망하던 동시대인의 꿈의 공간이었고, 바로 이 지점에서 흔한 호텔을 넘어서는 특별한 장소성을 띱니다. 그렇기에 이 건축물이 고작 40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는 사실이 더 아쉽게 다가오는데요. 기획자들이 전시의 한 부분을 사라지는 건축을 향한 다양한 사회 문화적 질문으로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CAC는 건축물의 생애 주기가 가진 의미, 그리고 수명과 보존의 이분법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들은 어떤 건축물이 설사 사라진 후에도 기억, 담론, 자료의 교차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전시를 다 본 후 근처 카페에서 차를 마시던 중 창문 너머로 철골과 가림막으로 둘러싸인 어느 거대한 건물을 발견했습니다. 설마 저게 힐튼서울인가 싶었지만, 맞더군요. 몇 년 후 이곳은 해외 스타 건축가에 의해 화려하고 어마한 공간으로 새로 탄생하겠지요. <힐튼서울 자서전>전이 아니었다면, 40년 동안 서울식 모더니즘의 아이콘이던 건축물의 존재를, 그 문제적 건물이 한때 이토록 가까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었을까요. ‘기억된다’는 것과 ‘사라진다’는 건 종이 한 장 차이지만, 힐튼서울은 사라짐으로써 기억됩니다. 모든 것이 사라진 자리에서, 회상과 응시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이것이 바로 전시의 힘입니다.

‘힐튼서울 자서전’ 포스터. 사진: 최용준
‘힐튼서울 자서전’ 포스터. 사진: 최용준
‘힐튼서울 자서전’ 포스터. 사진: 김재훈, 제공: 지큐 코리아
‘힐튼서울 자서전’ 포스터. 사진: 김재훈, 제공: 지큐 코리아



Moscow.media
Частные объявления сегодня





Rss.plus
















Музыкальные новости




























Спорт в России и мире

Новости спорта


Новости теннис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