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의 섬, 대만 샤오류추
대만 남서부 항구도시 가오슝 남쪽에는 다이버들이 ‘천국’이라 부르는 특별한 섬이 있다. 여행자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산호섬 샤오류추(小琉球, 소류구)로, 행정구역은 류추향(琉球鄉)이다. 고구마를 닮은 대만 본섬에서 다시 더 작은 섬으로 향하는 여정. 어느 바다로 뛰어들어도 커다란 바다거북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그들만의 안식처다.
샤오류추는 가오슝 시내에서 둥강(東港) 항구까지 이동한 뒤, 그곳에서 페리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표는 매표소에서 직접 사거나 인근 매표상에게 구입해도 된다. 가격은 동일하니 걱정할 필요 없다. 페리에 오르면 샤오류추를 찾는 이들이 누구인지 금세 알 수 있다. 모두 기다란 핀(오리발) 가방을 메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프리다이버들이다. 울렁이는 바다를 건너 약 30분쯤 지나면 섬에 닿는다. 섬은 작다. 둘레가 12km 남짓으로,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버스는 없고 이동 수단은 오토바이뿐이다. 터미널 앞에는 오토바이 렌트 숍이 줄지어 있고, 주변에는 숙소와 식당, 카페가 몰려 있다. 섬에서 가장 활기찬 곳이 바로 이 부근이다.
조금만 남쪽으로 내려가면 한적한 섬마을 풍경이 이어진다. 낮은 건물과 조용한 거리, 오토바이를 타고 오가는 마을 사람들, 그리고 간간이 다이빙 수트를 입고 장비를 챙겨 나서는 다이버들. 화려한 멋은 없지만 잔잔하고 조용하게 즐길 수 있는 풍경이 이어진다. 샤오류추의 대표적인 장소로는 화병석(花瓶石)이 있는 해변이 있다. 이름처럼 바다 위에 꽃병 모양 바위가 홀로 서 있다. 얇은 기둥 위에 커다란 머리를 얹은 듯한 형태로, 바람과 파도, 비가 빚어낸 자연의 조각품 같다. 이곳이 유명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바다거북’ 때문이다. 해변 가까이 얕은 산호가 깔려 있고, 조금만 나가면 급격히 깊어지는 바닷속에서 거대한 바다거북이 유영한다. 언제나 만날 수 있을 만큼 흔해 많은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스노클링을 즐긴다. 이것 하나를 위해 섬을 방문하는 투어가 있을 정도로 대만 내에서는 유명하다.
그 밖의 명소는 섬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동쪽에는 울창한 숲과 절벽, 동굴이 이어진 미인동 풍경구(美人洞 風景區)가 자리하고,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파도의 흐름이 그대로 느껴지는 산호 해변과 ‘바다를 바라보는 관음보살’이라는 뜻의 관음석(觀音石)이 있다. 샤오류추를 둘러싼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고, 물속에는 거대한 산호와 바위, 그 사이를 유영하는 다채로운 빛깔의 열대어가 가득하다. 멀리 필리핀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바다가 주는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섬이다.
이 작은 섬을 여행하는 법은 단순하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둘러보는 것. 오토바이를 빌려 하루쯤 섬을 한 바퀴 돌고, 때때로 인적이 드문 해변에 신발과 웃옷을 벗어두고 바다로 풍덩 들어가보는 것. 크고 작은 열대어와 덩치 큰 거북을 만나보는 일. 해변의 작은 카페에 들러 커피 한잔을 마시며 쉬어 가면 된다. 우연히 들어간 언노운 커피(Unknown Coffee)에는 미국에서 유학한 사장이 있다. 커피에 진심인 그는 원두 향을 설명하며 정성껏 커피를 내리고, 한국 손님에게는 한국에서의 좋은 추억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샤오류추에서 배운 ‘조금 느리게 살아가는 법’을 들려준다. 바쁘지 않게, 천천히. 그게 바로 이 섬이 알려주는 삶의 속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