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존 로트너의 저택을 개조한다면
장 폴 고티에와 발렌시아가, 루이 비통에서 자신의 비전을 펼쳐온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웨스트 할리우드의 존 로트너 저택을 개조하는 일이다.
2013년부터 루이 비통에서 여성복 디자인을 총괄해온 니콜라 제스키에르(Nicolas Ghesquière)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의 비밀 병기를 알아챌 수 있다. 패션과 문화를 연결하는 일에 대한 열정이다. 이는 그가 천을 드레이핑하는 행위만큼 깊으며, 가장 격렬한 대중의 관심 아래 1년 내내 주요 컬렉션 제작에 대한 압박을 견디게 하는 그의 페르소나 중 일부이기도 하다. 제스키에르에게 패션은 결코 현실과 동떨어진 적이 없다. 그의 디자인은 트렁크 하드웨어나 네 잎 꽃무늬로 이루어진 모노그램 같은 루이 비통의 전통 요소를 미래주의, 대중문화, 일본 애니메이션, 공상 과학, 현대 건축과 능숙하게 결합한다.
제스키에르는 2014년부터 미국 건축가 존 로트너(John Lautner)가 설계한 웨스트 할리우드의 주택 사진을 눈여겨봤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제자인 그의 작품은 이제 리처드 노이트라(Richard Neutra), 크레이그 엘우드(Craig Ellwood)만큼 남부 캘리포니아의 미드 센추리 모던 건축 문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제스키에르는 로스앤젤레스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뿐더러 콘서트 피아니스트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르코 울프(Marco Wolff)를 위해 1961년에 지은 ‘울프 하우스’에 가본 적도 없다. 하지만 사진을 본 순간, 이 집의 강렬함에 매료되었다. 할리우드 힐스의 높고 좁은 부지에 돌과 목재, 유리로 빽빽하게 구성된 작품이었다. 로트너가 디자인한 집은 화려하면서도 위풍당당한 멋이 있다. 건축가가 창조해낸 인상적인 형태에는 폭발적인 공간감이 존재하며, 그 안을 둘러보는 것은 훌륭하게 정제되고 통제된 드라마를 체감하게 한다.
울프 하우스의 장황한 역사를 읊을 수도 있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고, 로스앤젤레스의 다른 많은 현대식 건축물처럼 수년간 무관심 속에 방치되다 영화감독 요아킴 뢰닝(Joachim Rønning)과 아만다 허스트 뢰닝(Amanda Hearst Rønning) 부부가 매입해 개조하기까지 말이다. 그러나 이쯤에서 예상 가능한 이야기의 끝부분으로 건너뛰는 편이 훨씬 더 의미 있다. 제스키에르와 그의 파트너 드류 쿠즈(Drew Kuhse)가 이 집을 소유한 현재 이야기로. 두 사람은 이 집을 실제로 보게 되는 일은 상상하지 못했고, 소유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그러나 2022년 말리부의 임대주택에서 보낸 팬데믹 시기를 비롯해 쿠즈가 자란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자 제스키에르는 결정해야 했다. “우리는 로스앤젤레스에 집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원하는 집의 유형을 설명하기 위해 수년 동안 아이패드에 간직해온 울프 하우스의 사진을 부동산 에이전트에게 보냈어요. 내가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으며, 역사적 가치가 있는 현대 건축물이죠.”
제스키에르는 그 사진이 자신과 쿠즈가 또 하나의 멋진 미드 센추리 건축물을 맡을 준비가 되어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길 바랐다. 강렬하고, 유일무이하며, 신중하게 복원해줄 새로운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그런 집. 울프 하우스는 직접적인 쇼핑 대상이 아니었고, 제스키에르의 부동산 중개인 역시 자신이 알기로는 현재 소유주가 매우 만족스럽게 거주 중이라 판매 의사가 전혀 없을 거라고 한 상태였다. 그녀는 비슷한 집을 찾아보겠다고 했고, 제스키에르와 쿠즈는 긴 기다림을 각오했다.
그것이 2022년 10월의 일이다. 제스키에르와 쿠즈가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는 동안, 중개인에게 뢰닝 부부가 유럽으로 이주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부부는 그 집을 임대할 계획이며, 매각도 고려하고 있었다. 제스키에르는 즉시 여행 일정을 바꿔 파리로 돌아가는 길에 로스앤젤레스에 들러 집을 직접 보기로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1,100만 달러로 알려진 금액에 비공개 거래로 그 집을 매입했다. 이 집은 공식적으로 매물로 나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제스키에르는 2020년 쿠즈를 만나기 몇 년 전부터 이미 캘리포니아 모더니즘에 빠져 있었다. 그 계기는 1922년 웨스트 할리우드에 지은 건축가 루돌프 쉰들러(Rudolph Schindler)의 집을 방문할 때였다. 로스앤젤레스 모던 하우스의 형성기에 지은 건축물인 ‘쉰들러 하우스’는 기울어진 콘크리트판과 레드우드, 유리, 슬라이딩 캔버스 패널로 이루어진 캐주얼한 건물이다. 건축가 찰스 무어(Charles Moore)가 한때 ‘보헤미안 판잣집’이라고 불렀던 집으로, 실내외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제스키에르는 완전히 압도되었다. 100년 전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밑에서 일하기 위해 비엔나에서 건너온 쉰들러처럼, 제스키에르 역시 모든 종류의 실험이 가능한 낙원에 도착한 유럽인이었다.
루돌프 쉰들러에서 존 로트너로 향하는 건 그리 급격한 변화는 아니다. 미시간 출신 건축가 로트너 역시 쉰들러와 마찬가지로 라이트의 제자로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라이트가 설계한 집의 건설 현장을 감독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로 파견된 후 그곳에 머물렀다. 로트너의 작업 또한 남부 캘리포니아가 상징하는 개방성과 여유로움을 강조했으며, 라이트의 디자인을 반영하면서도 더 나아가 일종의 초현대적인 모더니즘으로 확장됐다. 제스키에르가 처음 본 로트너의 작품은 확실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가장 큰 규모의 건축물이다. 건축가가 1979년 코미디언 밥 호프(Bob Hope)와 그의 아내 돌로레스(Dolores)를 위해 팜스프링스에 지은 거대한 콘크리트 비행선 형상의 집 ‘밥 호프 하우스’다.
지난 몇 해 동안 전 세계 유명 건축물을 배경으로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인 제스키에르는 직접 그 장소를 물색해왔다. “캘리포니아에서 쇼를 열고 싶었는데, 밥 호프 하우스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극적이면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그곳은 그가 찾던 장소에 정확히 부합했다. “차를 타고 팜스프링스로 향했습니다. 하룻밤 머물 수 있도록 호텔을 예약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 집을 보러 가기로 했죠.” 그 집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제스키에르가 좋아하지만 좀처럼 공존하지 않는 두 가지 요소, 올드 할리우드와의 연결성과 대담한 미래적 이미지가 결합된 곳이었기 때문이다. “그 건축물이 70대 노부부의 의뢰로 지은 집이라는 사실을 떠올려보세요!” 그가 강조했다. “그것이 내가 경험한 첫 로트너였습니다. 우리는 완전히 넋을 잃었죠.”
그 후 제스키에르는 뉴욕 JFK 공항에 있는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구 TWA 터미널(현재의 TWA 호텔), 캘리포니아 라호이아에 위치한 루이스 칸(Louis Kahn)의 소크 연구소(Salk Institute), 일본 교토 외곽에 이오 밍 페이(I. M. Pei)가 디자인한 미호 박물관, 그리고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한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에서 패션쇼를 연출했다. TWA를 제외하면 모두 일반적인 관광 동선에서 약간 벗어난 근대 건축 거장의 작품이다. “건축사적으로 유의미하고 특별한 장소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그곳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제스키에르가 옷을 만드느라 이렇게 바쁘지 않았다면, 전 세계를 돌며 건축 투어를 이끄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지 않았을까. 그는 프랭크 게리(Frank Gehry)와 함께 한 여행 이야기를 들려줬다. 두 사람은 LVMH 최고경영자 베르나르 아르노 밑에서 일했다. 아르노 회장은 게리에게 여러 프로젝트를 의뢰했으며, 그중 볼로뉴 숲 끝에 위치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곳 역시 루이 비통 쇼를 선보인 또 하나의 특별한 장소다. 제스키에르는 2025년 12월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난 게리 덕분에 로스앤젤레스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프랭크 게리를 정말 사랑해요. 그를 정말 소중하게 여깁니다.”
울프 하우스로 돌아오자면, 제스키에르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와 쿠즈는 전 주인이 시행한 작업을 토대로 몇 가지 디테일을 수정하고, 기계 설비를 보완했으며, 수영장을 복원했다. 건물이 지닌 직선 실루엣을 반영해 각진 형태의 흰색 타일로 구성했던 수영장은 세월이 흐르며 원래의 마감이 사라진 상태였다. 두 사람은 가지고 있던 가구로 공간을 채웠다. 이 집을 지을 당시 유행한 상업적인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와는 거리가 멀다. 여기에 임스(Eames), 브로이어(Breuer)나 사리넨 의자 같은 건 없다. 대신 마르탱 세클리(Martin Szekely) 의자, 파올로 데가넬로(Paolo Deganello) 암체어, 장 미셸 프랑크(Jean-Michel Frank)의 클래식한 라운지 체어 등 비교적 덜 대중적인 현대 가구가 놓여 있다.
이들의 목표는 집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자신들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2층짜리 거실에 어떤 작품을 걸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던 제스키에르와 쿠즈는 각자 고전 영화 포스터 한 장을 골라 액자 없이 벽에 붙였다. 영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면서 건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방법이었다(제스키에르는 제나 로우랜즈 주연의 1980년 작 <글로리아>를, 쿠즈는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올리버 리드가 출연한 1971년 영화 <악령들>을 골랐다). 이전 소유자는 유리 벽을 세운 거실 한구석에 그랜드피아노를 두었는데, 둘은 우아하고 미니멀한 턴테이블을 올려둔 꼼데가르송 석조 테이블 세트로 교체했다(그들의 음반 컬렉션에는 조이 디비전의 컴필레이션 앨범 <서브스턴스(Substance)>, 영화 <졸업>과 <에이리언>의 사운드트랙이 포함되어 있다).
거실은 웅장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이며, 이는 집 전체의 인상을 결정한다. 거실 아래 위치한 스위트룸이 유일한 침실이다. 로트너가 본채 완공 2년 뒤에 추가한 게스트하우스에 침실 두 개가 더 있으며, 두 건물 사이에는 화덕이 있는 야외 휴식 공간도 마련했다.
두 채는 거리에서 보면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매우 절제되어 있다. 간이 차고 외에는 보이는 게 거의 없지만, 그마저도 라이트의 작업을 연상케 하는 몇 가지 각진 디테일이 있어 할리우드 힐스에 자리한 또 하나의 미니멀리즘 건축물 그 이상임을 느끼게 한다. 집은 천천히 영화처럼 펼쳐진다. 거대한 유칼립투스나무가 제일 먼저 시야에 들어오고, 이어서 지그재그 형태의 콘크리트 벽을 따라 언덕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타난다. 왼쪽으로 돌면 작은 현관으로 이어지는 유리문이 있고, 집 안으로 들어가 다시 오른쪽으로 틀면 거실로 통하는 긴 계단이 나온다. 계단 한쪽은 석조 벽이고, 반대쪽 유리 벽 너머로는 유칼립투스나무와 바깥 풍경이 보인다.
앞을 바라보면 또 다르다. 6m가 넘는 유리 벽이 거실을 감싸며 야외 데크로 열려 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눈앞에 로스앤젤레스 전경이 펼쳐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로트너가 의도한 대로 두 가지 선택 앞에서 갈등하게 된다. 약 5m 높이의 유리문 중 하나를 열고 밖으로 나가거나, 아니면 거실로 돌아와 건축가의 스승 라이트의 방식대로 높은 공간과 낮고 친밀한 구석, 장대한 전망의 다양한 어우러짐을 감상하거나.
이 집에선 1960~1970년대 로트너의 다른 작업물보다 라이트의 감성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는 로트너가 일종의 로맨틱 퓨처리즘으로 기울어가던 시점과 맞닿아 있다. 울프 하우스는 1959년 라이트가 사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설계되었고, 확실치는 않지만 슬픔에 빠진 로트너가 이 집에 스승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이 집은 철저히 로트너의 작품이다. 침실로 내려가는 나선형 계단, 독립된 데크 위 수영장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층의 계단, 그리고 거대한 고목 주위로 구축된 돌벽과 구조물은 이 집이 좁고 가파른 대지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는지 상기시킨다. 그리고 이곳에서 라이트의 가장 유명한 대표작 ‘낙수장(Fallingwater)’을 떠올리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펜실베이니아 남서부 폭포 위에 자리한 이 집 또한 자연에 순응하며 그 위를 가로지르고 있다.
울프 하우스는 대도시 한가운데 있지만, 제스키에르에게는 낙수장만큼 아늑한 안식처다. “이곳에서의 삶은 파리와 정반대예요.” 그가 말을 이었다. “할리우드 힐스 주변이나 콜드워터 캐니언 공원 길을 따라 하이킹을 하고, 편안한 좌석에 앉아 칵테일을 즐길 수 있는 IPIC 영화관에 갑니다.” 그는 집이 너무 편한 나머지 운동실 옆 작은 방에 마련한 작업실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주방 테이블이든 테라스든, 집 안 곳곳에서 드로잉하는 걸 좋아합니다. 커다란 유리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가면,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조차 잊곤 하죠. 집 전체가 하나의 스튜디오 같아요. 작업하기에 정말 환상적인 곳입니다. 파리로 돌아가기 위해 이곳을 떠날 때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별을 고하는 기분이 들죠.”
제스키에르는 위대한 건축물을 배경으로 선보일 컬렉션을 계획할 때, 사람들이 그곳에서 어떤 옷을 입을지 상상해본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집에서도, 이제 자신의 것이 된 로트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는다. “머릿속으로는 이 집을 위한 완벽한 옷장을 만들고 있습니다.” V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