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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기로 마음먹은 예술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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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미술계 구성원의 궁극적 임무라면 바로 ‘불후의 명작’을 발굴하거나 보존하거나 전승하는 것 아닐까요. 이때 ‘불후(不朽)’는 ‘썩지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말하자면 훌륭한 작품이란 변하거나 썩지 않는 작품과 동의어라는 거죠. 혹은 작가의 사유와 생각, 작품을 만들던 위대한 순간의 모든 것을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순간을 누리기 위해 우리는 변치 않는 작품을 찾는 것일까요. 아니면 시장에서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서일까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5월 3일까지 열리는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전이 보여주고자 하는 건 단순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작품만이 아닙니다. 차라리 무엇도 남기지 않기로 마음먹거나 자신의 분해를 의연히 상연하는 작품들 앞에서, 저는 그 극단의 미술 시장을 지배·견인하고 있는 욕망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전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모습.

전시 <소멸의 시학>은 ‘삭는 미술’이라는 당혹스러운 주제를 던지면서, 관람객들이 스스로 만든 흥미로운 질문에 답하도록 이끕니다. 예를 들면 예술품은 창조하는 인간의 명백한 증거인데, 이것이 삭아간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작품이 허물어진 곳에서 풀과 같은 생명이 자라난다면 그것을 작품이라 부를 수 있는지, 작품을 이루거나 변화시키는 모든 물질을 두고 퍼포먼스 참여자라 볼 수 있는지 같은 질문들이죠. 전시 초입, 현지에서 나온 폐기물과 재료를 뒤섞어 비옥한 토양을 만들고 원하는 이들에게 배분하는 아사드 라자의 작품 ‘흡수’를 경험하면서, 썩어가는 과일에서 비롯된 에너지로 빛을 밝히고 연주를 들려주는 유코 모리의 ‘분해’를 보면서, 어쩐지 수행적이거나 심지어 명상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현대미술이 지닌 자기 성찰의 힘 때문일 겁니다.

전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아사드 라자 작품 ‘흡수’ 모습.
전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유코 모리 작품 ‘분해’ 모습.

이번 전시 작품들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변화의 과정을 전시함으로써 인간 중심적인 세상을 돌아보게 합니다. 예컨대 점차 바래가는 천과 항아리, 말린 꽃, 곤충과 곰팡이가 한데 뒤엉켜 이루어진 댄 리의 작품은 미술관을 작품 전시 공간이 아닌 살아 있는 생태계로 전환하죠. 검은 흙으로 만든 델시 모렐로스의 공간과 김방주 작가가 미술관에서 나온 폐자재를 태워 얻은 ‘벌목과 불’은 또 어떤가요. 한편 에드가 칼렐의 작품 ‘고대 지식 형태의 메아리’는 지난 2023년 테이트 모던 미술관이 작품의 ‘소유자’가 아닌 ‘보호자’가 되기로 한 바 있습니다. 마야인의 사고방식을 존중하고, 작품에 담긴 조상의 지혜를 돌볼 책임을 나눈다는 태도. 이는 어쩌면 그저 관점의 전환일지 모르지만, 가끔은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습니다.

전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김방주 작품 ‘벌목과 불’ 모습.
전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에드가 칼렐 작품 ‘고대 지식 형태의 메아리’ 모습.

저는 이번 전시에 자리를 내준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우리가 사는 세계의 상징처럼 느껴졌습니다.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고, 그럼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많은 존재를 떠올리게 하더군요. 무상하고, 취약하고, 아름다운 존재들은 작품을 그 자체로 완결된 것이 아닌 변화무쌍한 대상으로 만듭니다. 게다가 미술관이야말로 오랜 세월 동안 불후의 명작을 보관하는 가장 공신력 있는 장소로 인정받아왔고, 이로써 엄청난 문화 권력을 누려온 장소 아닌가요. 위대한 작품들의 가치를 보존 및 전승하기 위해 존재해온 이곳에서, 삭아 없어지는 작품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더한 생명력을 얻습니다. 어떤 예술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사라지기에 사라지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사라지는 예술들이 써 내려간 소멸의 시학이 저의 기억에서, 경험에서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전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모습.
전시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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