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역사상 가장 기상천외한 하이힐!
동화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하이힐은 그다지 낯선 아이템은 아닙니다. 트롱프뢰유(착시)는 패션 업계에서 전통과 다름없죠.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선보인 발렌시아가 2007 봄/여름 컬렉션의 레고 힐, 알렉산더 맥퀸의 2010 봄/여름 아르마딜로 플랫폼 슈즈, 와이/프로젝트가 재해석한 신데렐라 슬리퍼는 여전히 회자되는 아이템이죠. 최근 꾸뛰르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키아파렐리는 공작새 부리 모양 펌프스를 런웨이 위로 올렸고, 마티유 블라지는 대지의 기운을 담은 버섯 모양 스틸레토를 선보였죠.
Loewe 2022 S/S RTW. Launchmetrics/Spotlight
Loewe 2022 S/S RTW. Launchmetrics/Spotlight
풋웨어는 언제나 기발한 아이디어의 본거지였습니다. 2026년의 발끝을 보면 하품이 날 정도죠. 여기, 패션 역사상 가장 환상적인 하이힐을 모아봤습니다.
티에리 뮈글러 1984 가을/겨울
염소 발굽 웨지
환상적인 패션의 기준을 높이는 데 있어 티에리 뮈글러는 언제나 독보적이었고, 그가 창조한 신발 또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 중반, 파리의 한 경기장에서 열린 블록버스터급 패션쇼에서 선보인 ‘염소 발굽’은 여전히 혁신적이죠. 오목한 굽이 특징인 초현실적 플랫폼 부츠는 또한 수많은 신발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장 폴 고티에 1994 봄/여름
클리트 힐(Cleat Heels)
패션과 스포츠의 협업이 지금처럼 뜨겁기 훨씬 전인 1990년대 초. 장 폴 고티에의 클리트 힐(축구화 힐)은 스포티한 신발과 스틸레토 결합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발렌시아가 2007 가을/겨울
레고 힐
2007년,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미래 지향적이고 유희적인 디자인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준 것이 바로 이 선명한 컬러 스틸레토였습니다. 레고에서 이름을 딴 이 신발은, 상상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맥퀸 2010 봄/여름
아르마딜로 부츠
패션 역사상 가장 경이롭고도 사랑받는 하이힐 중 하나입니다. 볼록한 발톱 형태의 굽은 리 맥퀸(Lee McQueen)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플라톤의 아틀란티스(Plato’s Atlantis)’ 컬렉션에서 데뷔합니다. 인체의 형태를 초월한 그의 사고력을 보여준 이 신발은 단숨에 패션 역사에 이름을 올렸죠.
프라다 2012 봄/여름
불꽃 웨지
프라다는 언제나 뜨거운 인기를 누립니다. 2010년대 초반에 출시된 이 아이코닉한 웨지힐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브랜드 특유의 반항 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전성기에 온 나라의 길거리를 불태웠습니다.
톰 브라운 2020 봄/여름
돌고래 힐
패션계 최고의 비주얼 스토리텔러 중 한 명인 톰 브라운은 실용성보다는 늘 환상을 우선시해왔습니다. 경이로운 돌고래 힐이 그 증거죠. 물론 이 신발을 신으면 한 걸음도 걷기 어려울 듯하지만, 그 환상적인 매력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와이/프로젝트 2021 가을/겨울
크리스털 슬리퍼(Crystal Slipper)
‘신데렐라’보다 더 환상적인 이야기가 있을까요? 2021 컬렉션에서 글렌 마틴스는 브라질의 러버 슈즈 브랜드인 멜리사와의 협업을 통해 동화 속 유리 구두를 현실로 소환했습니다.
로에베 2022 봄/여름
깨진 달걀 샌들
로에베 2022 봄/여름 런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조나단 앤더슨의 깨진 달걀 샌들입니다.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신발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죠.
로에베 2022 가을/겨울
벌룬 힐(Balloon Heels)
조나단의 기발한 신발 컬렉션은 벌룬 힐의 합류로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엉뚱함은 고급스러움과 아슬아슬함으로 승화되었죠.
스키아파렐리 2022 봄/여름 꾸뛰르
토네일 힐(Toenail Heels)
착시 효과를 이용하는 기괴한 디자인은 스키아파렐리 하우스의 핵심 DNA입니다. 다니엘 로즈베리가 재임한 기간 동안 이 점은 더욱 확고해졌죠. 그렇다면 하우스의 슈즈 중 가장 파격적인 제품을 꼽으라면? 울퉁불퉁한 금빛 발톱 장식이 돋보이는 스트랩 힐입니다.
모스키노 2022 가을/겨울
로코코 힐 드레스 슈즈
제레미 스콧(Jeremy Scott)은 명실상부, 패션계 최고의 명상가 중 한 명입니다. 모스키노에서 10년 동안 선보인 신발 컬렉션만 봐도 단번에 알 수 있죠. 과장된 금빛 힐이 달린 이 드레스 슈즈는 그의 바로크적 집착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모스키노 2023 봄/여름
풍선 플라밍고 펌프스
제레미 스콧의 모스키노에서 단 한 켤레만 고르는 건 실례이니 하나를 더 소개합니다. 온갖 해변용 튜브로 가득했던 컬렉션에서 이 힐은, 특유의 재기발랄함과 경쾌한 에너지를 그대로 드러냅니다.
맥퀸 2024 가을/겨울
후프 부츠(Hoof Boots)
션 맥기르는 맥퀸에 합류한 순간부터 눈부신 활약을 펼쳤습니다. 순식간에 바이럴을 탄 이 포니테일 부츠가 그 증거입니다. 그의 놀라운 신발 컬렉션은 현재진행형이고요.
자크뮈스 2024 가을/겨울
더블 샌들
신발 밑창이 2개로 나뉘었습니다. 정확히는 키튼힐 슬라이드 위에 스트래피 샌들을 겹쳐 신은 셈이죠. 위트 넘치는 이 신발은 시몽 포르트 자크뮈스의 유희적 감각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언더커버 2025 가을/겨울
흉상 힐(Bust Heels)
준 타카하시는 패션계에서 가장 광활한 상상력을 지닌 디자이너 중 한 명입니다. 이 컬렉션을 위해 그는 프랑스 예술가 안 발레리 뒤퐁(Anne-Valérie Dupond)과 협업해, 무너져가는 가고일(Gargoyle, 악마 형태의 석상)이나 로마 흉상을 닮은 형상이 토캡에 얹힌 기묘한 핸드크래프트 슬리퍼를 탄생시켰습니다.
시몬 로샤 2026 봄/여름
크록스 펌프스
2024년 처음 출시된 시몬 로샤와 크록스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발매 즉시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독특하고 시크한 스타일의 정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번에는 실용적인 클로그에 크리스털 장식을 더한 펌프스로 재탄생했죠.
디스퀘어드2 2026 가을/겨울
하키 부츠 힐(Hockey Boot Heels)
딘과 댄 카텐 형제는 이번 시즌 <히티드 라이벌리(Heated Rivalry, 아이스하키 호재의 퀴어 로맨스 드라마)> 열풍을 가장 먼저 선점했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허드슨 윌리엄스(Hudson Williams)를 이 키치한 브랜드의 오프닝 무대에 올린 것이죠(그를 섭외하기 위한 패션계의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바이럴 요소에 그치지 않고, 두 디자이너는 하키 블레이드에서 영감받은 플로팅 힐 부츠 라인업까지 런웨이에 올리며 언제나처럼 끝까지 밀어붙였죠.
샤넬 2026 봄/여름 꾸뛰르
버섯 힐
꾸뛰르는 보통 발이 땅에 닿지 않는 세계로 여겨지지만,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에서의 첫 꾸뛰르에 앙증맞은 버섯 힐로 공기처럼 가벼운 룩들을 지면에 단단히 붙들어 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