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 “제 삶은 사랑이 전부 같아요”
화사도 혜진이도, Love Above All.
GQ 피드 봤어요. SNS에 여행 사진이 올라온 건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아요.
HS 맞아요. ‘Good Goodbye’ 활동 끝나고 다녀왔는데, 저는 이렇게 활동이 길게 잡히면 여행 날짜를 미리 잡아요. 그러면 확실히 힘도 더 생기는 것 같고.
GQ 얼마나 미리요?
HS 이번 여행은 작년 8월 말? 이쯤 잡아뒀어요.
GQ 이날만 보고 간다, 이런 느낌이죠?
HS 그렇죠, 그렇죠. 그런데 그런 휴가였는데요, 예기치 못하게 컴백이 좀 당겨지면서 휴가다운 휴가를 못 보냈어요. 그러니까 이제 가사도 써야 되고, 콘셉트도 생각해야 되고 하다 보니까 이번 여행은 아무래도 좀 사색적인 시간이 됐던 것 같아요. 아니야. 사색보다 더 깊었어요. 무거웠어. 거의 일하는 느낌에 가까웠어요.
GQ 그러고 보니 여행 피드는 두 개만 올라왔죠? 다 이유가 있었네요.
HS 아, 그건 제가 원래 여행 중에 사진을 잘 안 올려서 그래요. 아하하핳!
GQ 오랜만의 쉼으로 이 나라들을 선택한 이유는요?
HS 전부 안 가본 도시예요. 헝가리, 네덜란드, 벨기에 이렇게 다녀왔는데 전부 처음이에요. 그런데 뭐, 사실 유럽은 몇 번이고 늘 가고 싶죠.
GQ 이쯤 되면 화사 씨의 여행 스타일이 궁금해지죠. 항공권을 수개월 전부터 미리 끊어놓을 정도면 슈퍼 J는 확실하고.
HS 아녜요. 저 완전 P. 항공권이야 비행기 없으면 여행을 못 가니까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찾아볼 수밖에 없고, 저는 정말 딱 하나. 숙소만 슈퍼 J처럼 골라요. 저는 쉬는 공간만 편하면 돼요. 그래서 딱 숙소 하나만 치밀하게 고르고 골라서 선택하고 나머진 아~무것도 신경 안 써요. 가서 배고프면 밥 먹고, 심심하면 수영하고, 영화 보고 이게 끝이에요. 저는 이게 여행이에요.
GQ 왜 여행에는 비우고 오는 여행, 채우고 오는 여행이 있다고 하잖아요. 화사 씬 어느 쪽이에요?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자 쪽 같고.
HS 맞아요, 전 무우우우우~조건 비워야 돼요.
GQ 무우우우우~조건 비워야 하는 여행인데 이번엔 가서 일을 했고요. 가사 쓰고, 기획하고.
HS 그러니까요. 그래서 요즘 영 개운치가 않아요.(웃음)
GQ 덜 비워져서 그래요.
HS 그런가 봐요. 저는 새 활동 들어가기 전에 좀 훌훌 털고, 싹 비우고 이렇게 시작하는 편인데, 사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여행 다녀와서 지금 되게 열정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제 전과 다른 점이라면 혼자 있을 때 훅 건조해지는 것 같아요. 네, 제가 웃음을 많이 잃었더라고요. 아하핳! 그래서 이번 활동 끝나면 진짜 아무 생각 없이 좀 쉬려고요. 억지로라도.
GQ 상반기에만 솔로 이후에 마마무 활동이 연이어 예정돼 있죠?
HS 네네. 마침 기분 좋게 써놓은 곡이 있어서 좀 빠르게 준비하게 됐어요. 만약 없었으면 안 나왔을 거예요.
GQ ‘Good Goodbye’ 이후의 활동이어서 더 기대되는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워낙 커다란 사랑을 받았잖아요.
HS 너무 감사하죠.
GQ 받았던 많은 반응 중 유독 기억에 남는 건요?
HS 저는 그거. “덕분에 좋은 이별했어요”라는 댓글.
GQ 그건 화사 씨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닿아서 그런 거죠?
HS 맞아요. 제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 이유는, 곡을 만드는 이유는 전부 대중에게 있어요. 그래서 그분들이 저의 음악을 듣고 같이 느끼고, 공감하고, 또 그 과정에서 어떤 영감이나 에너지를 얻고, 이런 모든 일이 그래서 저는 소중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이유에서 “덕분에 좋은 이별했어요” 같은 반응을 만나면 제게는 굉장히 커다란 의미가 되는 것 같아요.
GQ 대중이 ‘Good Goodbye’를 들으며 느끼는 감정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그럼 화사는 어땠을지 궁금했어요. 그러니까 ‘안혜진’으로서 이 곡을 어떻게 마주했을지 들어보고 싶었어요.
HS 있어요. 이건 확실한데, 저는 이 곡에 제 인생의 화양연화를 담고 싶었어요. 그래서 ‘만약 나의 사랑 영화를 찍는다면 이렇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 곡이 다듬어지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목도 ‘Good Goodbye’로 지은 거고요. 아주아주 나중에 제가 나이가 들어서 이 노래를 다시 들어도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싶어요. 나의 화양연화를 추억하는 느낌이지 않을까. ‘그때 참 예뻤다’, ‘예쁜 사랑했다’ 하면서 행복하게 듣지 않을까 싶어요.
GQ 지금 잠깐 화사 씨 이야기 들으면서 뮤직비디오를 이렇게 떠올려봤거든요? 정말 그런 장면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HS 정말 예쁘게 잘 담아주셨어요. 제 주문은 정말 이거 딱 하나밖에 없었거든요. ‘나의 이야기를 잘 담아내고 싶다’는 마음. 이 마음이 어느 정도였냐면 거의 집착을 넘어선 광기?(웃음) 그 바람이 정말 너무 간절했어요.
GQ 이전의 곡들도 같은 마음이었을 텐데 유독 더 컸던 거죠?
HS 맞아요. 같은 마음이죠. 같은 마음으로 모두 간절했는데, 이번엔 뭐랄까, 저마다 그 모양이 달랐던 것 같아요. 그 간절함이 ‘마리아’ 때는 막 소리치고, 선명한 모습이었다면 ‘Good Goodbye’는 맑게, 투명하게 저의 사랑 얘기를 잔잔히 들려주는 느낌이거든요? 이 노래를 듣다 보면 눈물도 나고, 미소도 번지고 그런 느낌인데, 그러니까 슬픈 이별이 아닌 예쁘게 추억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로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GQ 어쩌면 화사가 내놓은 곡들 중 가장 ‘안혜진’다운 곡일 수도 있겠어요.
HS 네. ‘화사’다운 건 ‘마리아’, ‘안혜진’다운 건 ‘Good Goodbye’.
GQ 아주 또렷하게 이해됐어요.
HS 제가 무대를 할 때 그 ‘화사 모드’가 있는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진짜 그분이 오시는 건지 모르겠지만(웃음), 그런데 이번엔 ‘혜진이’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정말 많이 노력했어요.
GQ 불쑥 그 ‘혜진이’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요. 주변에선 ‘안혜진’을 향해서 종종 어떻다고 이야기해요?
HS 제 입으로 이런 말하기가 정말, 너어어어무 민망해서 안 됩니다. 아하하하핳!
GQ 우린 무대 위의 ‘화사’만 만날 수 있잖아요. 이번 기회에 ‘안혜진’을 짐작할 수 있게 아주 조금이라도 이야기해준다면요.
HS 너무 민망한데, 이건 정말 들은 얘기입니다.
GQ 들은 얘기.
HS 뭐, ‘사랑스럽다’는 말, ‘귀엽다’는 말 많이 해주세요. 아하하하하핳! 아니 제가 평소엔 좀 캄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또 신나면 엄청 자유분방해지고 그래요. 감정의 폭이 큰 편인데 그게 제 장점이자 단점이에요. 뭐, 음악 활동을 할 땐 분명 좋은 것 같아요. 저는 ‘마리아’ 무대 할 때 너무 행복하거든요. 제가 그 노래를 얼마나 많이 불렀겠어요. 그런데 매번 무대 위에서 만나는 감정이 다른 거죠. 그래서 너무 재밌고 행복해요. 그렇게 많이 불렀는데도 노래가 안 질려요. 화가 난 상태로 부를 때도 있고, 애절하게 부를 때도 있고, 어쩔 땐 마치 통달한 사람처럼 힘이 빠진 채로 부를 때도 있어요. 그런데 그때마다 ‘마리아’가 다르게 느껴져서 전 이 부분이 너무 좋아요.
GQ ‘안혜진’은 이와는 반대로 조용하고, 차분하니까. 화사 씨를 잘 아는 사람은 그래서 ‘혜진이’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HS 제가 좀 왔다 갔다 해요.
GQ 그럼 ‘화사’를 화사답게 빛나게 해주는 달란트라면 조금 전에 말해준 그런 부분일까요? 감정의 폭, 감정의 다양함 같은.
HS 네. 그것도 분명 있고, 음, 사실 이게 지금 제 컴백 곡이랑 연관돼 있긴 한데요, 아무튼. 저는 ‘귀여움’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귀여움’의 의미가 막 ‘꽁냥꽁냥’ 이런 모습은 아니고 ‘긍정적인 힘’에 더 가까워요. 근래 느낀 건데 정말 이 ‘귀여움’이 모든 감정을 품더라고요. 진짜 귀여운 게 최고예요. 저는 이걸 책에서 봤는데 이 내용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게 좀 많았어요. 이를테면 아무리 힘든 순간이 와도 세상을 귀엽게 바라보려고 하는 태도, 이거 하나만 갖고 있어도 정말 큰 힘이 되겠더라고요.
GQ 사실 이어지는 질문이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았으면 하는 화사의 마음 하나를 묻는 내용이었는데, 이 ‘귀여움’이 대답이 될 수도 있겠어요.
HS 네. 그런데 이 질문엔 저는 ‘순수함’이 좀 더 정확한 대답 같아요. 귀여움과 순수함이 가까이 있긴 하지만요. 음, 언젠가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최선을 다해서 지키려고 하는 게 뭔지 떠올려본 적이 있거든요? 저는 ‘순수함’이더라고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정말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정말 많은 일을 지나 왔는데, 그럼 그때마다 얼마나 많은 것이 저한테 묻었겠어요. 그러니까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제 자신의 모습을 오롯이 지켜낸다는 건 참 어려운 일 같아요. 진짜 어렵더라고요. 어떤 인터뷰에서는 제가 이렇게 말한 적도 있어요. “몸은 여러 번 다쳐도 되는데 영혼은 안 돼요.” 정말 영혼이 다쳐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이게 회복이 안 되더라고요. 그 영혼이라는 게 결국 ‘순수함’이잖아요. 저는 이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지금도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GQ ‘순수함’을 지켜내기 위한 나름의 방법도 있어요?
HS 있어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해요. 자책하거나 나무라지 않고요. 제 생각도 그게 어떤 결정이든 ‘그래,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하는 태도로 좀 지켜보는 편이에요. 지금은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어쩔 땐 좀 엉뚱하거나 예상치 못한 생각을 그대로 말하기도 하는데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같이 있는 누군가가 지금 이곳이 너무 싫다고, 답답하다고 해요? 그럼 전 이렇게 말해요. “그럼 바다를 가자!”
GQ 저는 방금 이런 모습에서 혜진이가 귀엽다는 말이 나오는구나 싶었어요.
HS 흐흐흐흥. 그런가? 모르겠어요. 아무튼 주변에서 막 “나 어떡해, 망했어” 이러면 “그래? 그럼 이걸 해보자!” 이런 식으로 반응해요. 근데 진심으로요.
GQ 계속 ‘혜진이’가 궁금해져서요. 그럼 가수의 꿈은 언제부터 가졌어요? 학생시절부터?
HS 아니에요. 저는 시작점이 없어요. 시작점이 없다는 게 제가 기억도 못 할 때부터 항상 춤을 췄다고 엄마 아빠가 그러셨거든요. 그래서 제가 생각나는 어릴적 제 모습은 늘 거울 보며 춤추고 있고, 가수처럼 노래 부르고 있는 그런 모습. 정말 늘 그러고 있었어요.
GQ 꼬마 혜진이는 ‘꿈’이라는 단어를 모를 때부터 이미 가수가 되고 싶었나 봐요.
HS 그랬나 봐요. 그 꿈이라는 단어를 배우고부터 이제 제 꿈은 늘 가수였고요.
GQ 결국 꿈을 이뤘어요. 생각해보면 이 막연한 동경을 실현하기까지 지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어떤 마음 덕분이었던 같아요?
HS 저는 사랑이요. 이 일을 향한 사랑이 정말 너무 커요. 너무 사랑해요. 진짜 너무 사랑해서 막 미쳐버릴 것 같아요. 어쩔 땐 너무 좋아서 짝사랑 같을 때도 있어요. 근데 음, 좀 잔인한 짝사랑?
GQ 왜 사랑도 꿈도 기적에 비유되곤 하잖아요. 이것을 이루고 끝내 갖기란 정말 마음 같지 않은 일이라서. 그래서 꿈이든 사랑이든 이를 이룬 이들은 저마다 아름답고요.
HS 저는 노래하고, 곡을 만드는 이 시간들이 제 인생에서 가장 가슴 설레는 순간들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 순간들을 미치게 사랑한다고 해서 ‘가수’라는 꿈을 이루어낼 수는 없는 거잖아요. 맞아요. 에디터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래서 이건 정말 ‘기적’ 같은 일이에요. 그런데 또 한편으론 저는 그 ‘기적’도 제가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가 “운도 따라줘야지” 라고 말하면 그 운도 제가 만들었다고 생각하고요. 감히 그래요.
GQ 멋지네요.
HS 그러니까 저는 그 정도로 열심히 살아온 것 같아요. 저 정말 치열하게 살았어요. 감사하게도 ‘행복한 마음’으로 치열하게요. 그 시간 안에 힘듦이나 괴로움 같은 마음 없이, 깨끗하게, 행복한 마음으로요.
GQ 행복한 마음으로 치열하게 통과한 시간들은 ‘안혜진’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HS 음, 저는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요. 아니야. 너무 오만한가? 아니 다른 거보다 몇 년 뒤에 이 인터뷰를 다시 봤을 때 이 말한 거 후회할까 봐 그게 겁나요 지금. 하하하핳!
GQ 왜요. 요즘 세상에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이거 너무 귀하죠.
HS 흐흥. 그런데 저도 요즘엔 좀 위태로울 때가 있어요. 사람이니까 당연히 힘들고 지치고, 좀 아슬아슬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이 제가 이 일을 더, 더 사랑할 수 있게 환경을 사랑 넘치게 만드는 거예요.
GQ 예를 들면요?
HS 예를 들면 회사 언니들하고 이야기도 많이 하고, 무대에 함께 서는 댄서분들하고도 더 많이 교감하고요. 더 자주 생각하고, 더 많이 떠올리고.
GQ 이건 다정한 마음! 그러고 보니까 아주 잠깐 들었을 뿐인데 화사 씨 마음엔 귀여움, 순수함, 사랑, 다정함. 좋은 것이 가득 들어 있네요.
HS 저는 제 삶에서 사랑이 전부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