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scow Fashion Week 속 가을 남성복 트렌드
Moscow Fashion Week를 통해 확인한 모스크바의 남성복은 새로운 도전 속에서 빛났다.
지난 Moscow Fashion Week가 남긴 결론은 명확하다. 모스크바는 이제 남성복의 새로운 메카라는 것. 서울의 도심에서 마주치는 스트리트 웨어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의 시작이 되듯, 모스크바 역시 거리에서 이러한 영향력을 느낄 수 있다. 이는 오랫동안 남성복에 주목해온 한국 패션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의 남성들은 패션에 진심이다. 최근 끝난 서울 패션위크만 봐도 남성복 디자이너들의 스펙트럼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창의력을 펼치는 또 다른 무대가 되었고, 젊은 세대는 점점 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모스크바 디자이너들의 재능도 바로 이런 지점에서 빛난다. 착용 가능하면서도 동시대적이고, 감성을 건드리면서도 지금 세대의 언어로 말하는 옷. 지금, 모스크바가 세계 남성 패션의 새로운 좌표로 주목받는 이유다.
버뮤다 쇼츠: 가을의 궁극적 역설 (Bermuda Shorts: The Ultimate Autumn Contradiction)
규칙은 깨라고 있는 것임을 증명하듯, 이번 시즌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은 한여름의 단골 아이템인 쇼츠가 차가운 가을바람을 정면으로 맞이하며 등장한 순간이었다. 스타스 로파트킨(Stas Lopatkin)은 날카로운 대비로 룩을 완성했다. 플랩 포켓이 달린 구조적인 버뮤다 쇼츠에 컨셉추얼한 자수를 새긴 재킷, 매끈한 롱 슬리브 톱, 그리고 회색 니하이 삭스를 매치했다.
마스터풀 레이어링 (Masterful Layering)
가을은 레이어링의 계절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의 무대 위에서 주인공이 된 것은 단순한 레이어링이 아닌 질감과 길이를 고려한 스타일링이었다. 모스크바 브랜드 에르밀로프(Ermilov)는 ‘Create’ 컬렉션에서 자연 속 인간을 건축적으로 해석한 비전을 제시했다. 결과물은 미니멀하면서도 컨셉추얼하고, 도회적 감각으로 빛났다. 약간의 비대칭과 풍부한 직물의 상호작용은 의도적이면서도 힘을 뺀 듯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릴랙스 실루엣: 꾸민 듯 안 꾸민 듯 (The Relaxed Silhouette: A Study in Effortless Cool)
릴랙스 핏의 유행은 여전히 계속된다. 테일러링에서 캐주얼웨어까지, 이번 시즌 무대는 풍성하고 여유로운 실루엣이 장악했다. 게다가 한층 더 세련된 컬러 팔레트와 감각적 소재를 통해 스타일링의 완성도를 높혔다. 올렉 레비츠키(Oleg Levitskiy)는 19세기 러시아 극장의 백스테이지에서 영감을 얻어 울, 리넨 등 장인적 소재로 건축적 실루엣을 빚어내며 디테일까지 놓치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다듬지 않은 듯한 여유로움이 오히려 정제된 세련미로 이어지며, 릴랙스 핏이 현재진행형임을 증명했다.
‘마시멜로’ 팔레트 (The ‘Marshmallow’ Palette)
다양한 컬러 스펙트럼을 사용하는 것 만큼 스타일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 있을까. 컬러에 대한 고정관념은 이제 과거의 일인 것이다. 가파노비치(Gapanovich)는 윈드브레이커와 복슬복슬한 버뮤다 쇼츠로 완성한 마시멜로 핑크 토털 룩을 선보였다. 대담하면서도 축제적인 무드가 런웨이를 채웠다. 무용과 발레에서 영감을 받은 그는 스포츠웨어와 고전 의상의 요소를 더없이 현대적이고 표현적인 스타일로 융합했다.
스테이트먼트 프린트 슈트 (The Statement Print Suit)
클래식 비즈니스 슈트는 서서히 자리를 내주었고, 더 표현적이고 예술적 감성이 깃든 동시대적 슈트가 런웨이를 채웠다. 이번 가을 런웨이에서 채운 것은 추상 패턴, 기하학적 구성, 대담한 모티프였다. 그 중에서도 감각적인 프린트는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다. 남아프리카 브랜드 데이비드 틀레일(David Tlale)의 게스트 쇼에서는 정교한 프린트 표현이 룩의 중심이었다.
뉴 로맨티시즘: 러플과 에어리 셔츠 (The New Romanticism: Ruffles and Airy Shirts)
더 부드럽고 예술적인 남성성에 대한 표현도 이어진다. 오도르(ODOR) 컬렉션은 섬세한 실크와 앤티크 리본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태피터(은은한 광택과 단단한 질감의 직물), 19세기 무아레(물결무늬 패턴이 흐르는 귀족풍 원단), 내추럴 실크 오간자 등 벨기에와 프랑스 벼룩시장에서 1년에 걸쳐 수집한 원단으로 구성되었다. 러플과 공기처럼 가벼운 셔츠는 단순한 옷을 넘어, 수집 가능한 예술 작품처럼 기획되었다. 현대 남성복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해석을 제안하는 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