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스럽지 않게 ‘시골 감성’ 입는 법
어느덧 가을입니다. 다수의 패션 하우스가 2025~2026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올가을에는 ‘시골 스타일’이 부상할 예정이죠. 전반적으로 전원풍 분위기가 감돌았잖아요.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아웃도어 의류를 재해석해 ‘코티지코어’ 무드를 선보였습니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다니엘 리의 버버리입니다. “영국 사회에 대한 분석이 이번 컬렉션의 시작이었습니다.” 영국 런던에서 버버리의 2025~2026 가을/겨울 패션쇼를 선보인 직후 다니엘 리가 한 말입니다. “영국이 세계 속에서 무엇을 상징하는 나라인지, 또 다른 나라 사람들은 영국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고민했죠.”
다니엘 리는 이번 컬렉션에 대도시 런던의 소란스러움과 분주함 대신 전원 지역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담기로 했습니다. 그 역시 런던이 아닌, 영국 북쪽에 위치한 브래드퍼드시 출신이기도 하죠. “크리스마스 휴가 동안 요크셔 등 시골에서 시간을 보냈거든요. 하릴없이 걷곤 했는데, 그때의 경험이 컬렉션 분위기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다니엘 리의 말대로, 이번 버버리 컬렉션에는 영국 시골 풍경에서 영감받은 아이템이 가득합니다. 화려한 꽃무늬로 뒤덮인 패딩 재킷, 스웨이드 트렌치 코트, 승마용 장화, 유연한 실루엣의 코트로 재탄생한 스모킹 재킷 등이 있죠.
버버리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캘빈 클라인은 미니멀하고 완벽한 실루엣의 수트 대신 벌목꾼의 셔츠에서 영감받은 체크무늬 셔츠를 공개했죠. 셰미나 카말리가 이끄는 끌로에도 아주 포근한 느낌의 체크무늬 롱 코트를 선보였고요. 당장이라도 파묻혀 온기를 느끼고 싶을 정도였죠. 랄프 로렌은 특유의 ‘귀족적’인 스타일이 아닌 전원풍 실루엣을 그렸으며, 에르메스는 승마용품에서 차용한 색조로 컬렉션을 완성했습니다.
이런 흐름은 확실히 ‘코티지코어’ 트렌드의 연장선에 있는 모습이죠. 코티지코어는 농가에 있는 작은 집을 가리키는 단어 ‘코티지(Cottage)’와 새로운 트렌드를 지칭하는 접미사 ‘코어(Core)’를 합친 신조어입니다. 19세기 영국의 제인 오스틴 소설 속 전원 풍경에서 영감받은 트렌드죠.
겉보기에는 소박하고 목가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코티지코어는 ‘옛날식’ 생활 방식에 낭만적 시각을 투영한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바버의 코트를 즐겨 입은 다이애나 비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 영국의 로열패밀리가 이 트렌드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것이 그 증거죠. 여왕의 삶을 그린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이 인기를 끌며 코티지코어 트렌드가 더욱 주목받기도 했고요. 실제로 여왕은 스코틀랜드 밸모럴 성에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긴 부츠에 진흙을 묻힌 채 말을 타거나 오래 산책을 하며 전원생활을 즐겼습니다.
코티지코어는 잘 소화하면 여유롭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약간만 과해도 촌스러워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떻게 하면 완벽한 ‘시골 감성’ 스타일을 소화할 수 있을까요? 페어 아일(Fair Isle) 패턴의 니트, 모랫빛 청바지, 체크 셔츠, 부드러운 텍스처의 스웨터, 패딩 재킷, 왁스 코트, 그리고 무릎까지 올라오는 부츠가 답입니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아래 리스트를 참고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