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메시를 위한 MLS의 ‘뉴 룰’
MLS는 스타 플레이어를 위해 규칙을 깰 준비가 돼 있다.
손흥민의 미국행에는 파격적인 계약 조건이 있었다. 미국 스포츠매체 ‘애슬론스포츠’에 따르면, 프로축구 메이저리그사커(MLS) LAFC는 손흥민에게 팀 스쿼드 구성에 대한 발언권 및 잠재적 영입 후보 추천권을 부여했다. 매체의 평가대로라면, ‘리오넬 메시급 권한’이다.
앞서 인터 마이애미 역시 메시에게 비슷한 수준의 권한을 제공했다. 덕분에 인터 마이애미는 루이스 수아레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 등 유명 선수들을 불러올 수 있었다.
LAFC는 손흥민을 데려오기 위해 2600만달러(한화 약 360억원)의 이적료를 지불했다. MLS 역대 최고 수준으로, LAFC 선수단 연봉 총액보다 높은 금액이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손흥민은 이적 후 8경기 만에 8골 3도움을 기록했고, LAFC는 1일 공개된 MLS 최신 파워랭킹에서 2위에 올랐다. 2주 전까지 10위였던 순위가 급등한 것이다.
순식간에 구단의 상황을 바꿔놓을 만큼 손흥민의 파워는 강력하다. ‘애슬론스포츠’는 “LAFC 입장에서 손흥민은 단순한 스타 스트라이커가 아니다. 선수 영입에 관여하고 구단의 장기 비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스타 플레이어일지라도, 여타 리그에서는 선수가 스쿼드 및 영입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받는 일은 드물었다. 보다 젊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리그인 MLS는 그런 선수를 위해 ‘규칙을 깰’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손흥민이 이 같은 권한을 활용해 어떤 방식으로 구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다만 이를 두고 긍정적 의견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포브스’는 “MLS는 스타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동시에 자체적인 정체성을 확립해 그 성과를 거둬야 한다는 데 있다”며 “많은 사람들이 MLS의 매력을 메시에게서만 찾는 것은 ‘포스트 메시 시대’ MLS가 직면할 문제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MLS의 전신인 북미 사커 리그(NASL)는 독자적인 축구 룰을 도입하며 인기를 끌었으나 펠레나 요한 크루이프 등 스타 플레이어 영입에만 의존한 끝에 재정난으로 1984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위르겐 클롭 전 리버풀 감독은 ‘디애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제 막 축구를 도입하는 단계”라며 “유명 선수 영입은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손흥민과 메시를 위한 ‘뉴 룰’이 선수와 리그 양쪽에 ‘윈윈’이 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