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유행시키고 루이 비통이 부활시킨 1980년대 시계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루이 비통의 일부 제품을 다시 세상으로 떠오르게 만든 이후, 루이 비통은 본격적으로 화려한 리바이벌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 시계다.
지구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세련된 시계 수집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는, 그 누구보다도 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이렇다. 래퍼이자 디자이너인 그는 희귀한 까르띠에부터 23달러짜리 카시오까지 다양한 시계를 착용해왔는데, 2023년 루이 비통의 몬테레이 II를 착용하고 등장한 뒤, 거의 잊혀졌던 이 80년대 시계는 중고 시장에서 수백 달러 수준에 머물던 가격이 경매에서 8,000달러 이상으로 뛰어오르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그 열풍이 루이 비통으로 하여금 1988년 오리지널 시계를 새롭게 재해석한 ‘몬테레이’ 라인을 공식적으로 부활시키게 만든 것이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루이 비통은 최근 몇 년 사이 본격적으로 시계 업계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자체적으로 복잡한 시계를 제작하고, 렉셰프 렉셰피 같은 시계 업계의 천재들과 협업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러나 놀랍게도, 1980년대 이전까지 루이 비통은 단 한 번도 시계를 출시한 적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은 1988년 몬테레이의 출시로 바뀌었다. 이 시계는 파리 오르세역을 오르세 미술관으로 탈바꿈시킨 인물로 유명한 이탈리아 디자이너 가에 아울렌티가 디자인했다.
루이 비통의 첫 시계 컬렉션을 디자인하면서, 아울렌티는 여행자를 위한 트렁크 메이커로서의 하우스 역사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녀는 두 가지 모델을 선보였다 LV I은 화이트 혹은 옐로 골드 케이스에 담겼고, LV II는 회중시계에서 영감을 받은 아방가르드한 그린 세라믹 하우징을 사용했다. 이 두 모델은 루이비통이 이후 시계 제작자로서 걸어갈 방향을 제시했다.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며, 고급스러운. 다만 그 시대가 1980년대였고 ‘쿼츠 크라이시스’가 한창이던 시기였기에, 시계는 배터리로 작동했다.
그렇다면 현대적이고 하이엔드 워치메이킹으로 재해석된 LV I과 LV II는 어떤 모습일까? 그 답은 바로 새로 출시된 루이비통 몬테레이에 있다. 이 시계는 18캐럿 옐로 골드로 제작된 39mm 케이스 안에 담겼으며, 오리지널 모델의 매끄러운 자갈 형태의 프로파일과 12시 방향에 위치한 톱니형 크라운을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반사 방지 사파이어 크리스털과 “1 of 188”이 새겨진 케이스백은 이 시계가 특별한 존재임을 드러낸다.
다이얼 또한 루이비통이 얼마나 진지하게 워치메이킹에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오리지널 LV I과 LV II가 일반적인 래커 다이얼을 사용했다면, 새로운 모델은 ‘그랑 푀’ 에나멜을 채택했다. 이는 유리질 에나멜 파우더를 여러 겹으로 쌓은 뒤, 섭씨 약 760도 이상의 고온에서 여러 번 소성해 만드는 고급 재료다.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된 철도형 미닛 트랙과 검은색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는 회중시계의 미학을 상징하며, 여기에 붉은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진 스켈레톤 시린지 핸즈는 고전적인 시계 디자인에 위트 있는 터치를 더한다.
이 다이얼 하나를 완성하는 데만 20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또한, 이 새로운 몬테레이는 오리지널 모델의 복잡한 여행용 기능들(월드타임, GMT 등)을 과감히 제거했다. 오히려 이것이 시계를 한층 매력적으로 만든다. 오리지널은 독특했지만 동시에 너무 복잡해서 시간을 읽기 어려웠다.
새 버전은 한결 단순하면서도 드레스 워치로서의 품격을 갖췄고, 향후 GMT나 월드타임 버전으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지금의 모습은 빈티지 감성과 현대적 감각을 절묘하게 조합한 형태다. 여기에 고급 소재가 더해져 수집가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제 가장 중요한 부분, 무브먼트다. 단단한 케이스백 안에는 칼리버 LFTMA01.02가 탑재되어 있다. 이는 루이비통이 2011년 인수한 ‘라 파브리크 뒤 땅’에서 자체 제작한 오토매틱 무브먼트다. 만약 케이스백 너머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18캐럿 로즈 골드 와인딩 로터, 샌드블라스트 처리된 브리지, 그리고 서클 그레인 메인플레이트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시각적으로 정교할 뿐 아니라 실질적인 성능도 뛰어나다. 45시간의 파워 리저브, 4Hz의 진동수를 자랑하며, 그 덕분에 블루 세컨즈 핸드가 유리처럼 매끄러운 화이트 에나멜 다이얼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마무리는 블랙 송아지 가죽 스트랩과 18캐럿 옐로 골드 핀 버클. 이 시계는 루이비통의 열성 팬들 사이에서 강렬한 ‘욕망의 대상’이 될 것이다. 단 188피스 한정으로 제작되며, 가격은 약 7,000만 원대. 쉽게 살 수 있는 시계는 아니지만, 진정한 컬렉터라면 주저 없이 아멕스를 꺼내들 것이다.
루이비통이 프랑스 럭셔리 메종이라 해도, 이 시계를 사랑하는 데에 미국인들이 주저할 이유는 없다. ‘몬터레이(Monterey)’라는 이름 자체가 프랑스어로 ‘시계’를 뜻하는 “몽트르(montre)”의 미국식 발음에서 유래했기 때문이다.
이 시계는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프랑스 럭셔리 하우스가 제작하고, 스위스 워치메이커들이 만든, 그리고 미국식 이름이 붙은 회중시계 영감의 드레스 워치다. 이보다 더 2025년스럽고, 더 멋질 수 있을까?
분명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맨 먼저 이 시계를 손에 넣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