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 형제도 해냈다! 가까운 사람과과 갈등 풀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 하지만 가족 사이에서 종종 그 말이 가장 멀게 느껴진다. 가족 갈등으로 알려진 밴드 오아시스의 리암과 노엘 갤러거 형제, 찰스 3세와 해리 왕자, 세븐틴 에스쿱스와 친형 등, 돈도 명예도 해결하지 못할 때가 있다. 같은 피를 나눴지만 남보다도 불편한 가족,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화해를 가로막는 건 상처보다 자존심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오아시스의 재결합 소식은 한국 공연까지 이어지며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두 형제가 다시 함께 설 수 있었던 건, 어쩌면 서로의 자존심을 조금씩 내려놓고 충분한 시간을 둔 덕분이 아닐까. 한때 서로를 맹비난했던 두 사람이지만 올해 다시 무대에 선 노엘은 BBC에 따르면 “리암과 함께 밴드로 돌아오니 정말 좋다”며 “그가 얼마나 재밌고 대단한 보컬인지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시간과 거리, 그리고 유머를 받아들일 여유가 그들의 관계를 다시 묶어준 셈이다.
세계적인 심리학자 카르멘 하라 박사도 가족 갈등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자존심을 꼽는다. 하라 박사는 “‘나만 옳다’는 생각이 쌓이면 가족은 ‘우리’가 아닌 ‘나’로 흩어지게 된다”고 말한다. 또한 상대가 잘못했더라도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태도, 그리고 독이 되는 관계엔 예의 있게 거리를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더 깊은 상처로 남는다. 현명한 가족 관계란 모든 걸 이해하는 게 아니라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일이다.
정치적으로 다른 가족과 대화하기, 사랑과 의견은 별개의 문제
가족 간 가장 민감한 주제 중 하나는 정치다. 식탁 위 정치 이야기는 순식간에 가족 간 논쟁으로 번지고 명절 밥상은 어느새 전장처럼 변한다. 가족·형제 관계 및 대인관계 연구로 알려진 미국의 임상 사회복지사이자 교수인 존 카스피는 정치적 의견보다 관계 자체를 먼저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정치 이야기를 꼭 해야 한다면 가족이 모두 있는 자리보다, 감정이 가라앉은 뒤 둘만의 대화로 옮기는 편이 낫다. 모욕적인 말이나 비아냥은 갈등을 풀기보다 오히려 상처를 깊게 만든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됐는지”를 묻는 태도가 관계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모든 관계가 화해의 대상은 아니다
화해보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게 우선 순위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카스피 교수는 “성인이 된 이상, 관계에 얼마나 투자할지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만약 그 관계가 지속해서 감정적 상처나 폭력을 수반한다면, 화해보다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다. 결국 가족 간의 성숙한 관계란 같은 생각을 강요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자신을 지키는 일에서 시작된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
가족 관계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건 ‘무조건적인 끌어안음’이 아니다. 갈등의 본질은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니라 정서적·가치적 분리에 있다. 상담 전문가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유튜브 채널 ‘책과삶‘에서 이렇게 말한다. “부모가 자녀를 성인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어린아이로 대할 때, 관계는 서서히 멀어진다.” 이 교수는 “콤플렉스나 경쟁심을 건드리는 말보다 ‘너는 클수록 더 좋아진다’는 격려의 언어가 훨씬 낫다”고 덧붙인다. 자녀에게도 “부모를 존경하진 않아도 최소한 존중은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사회과학 전반의 연구를 다루는 국제 학술지 Social Sciences에 실린 연구에서도 가족 유대감을 강화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서로의 경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였다. 결국 가족 간의 화해는 아무 문제가 없는 척 덮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이해하려는 노력에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