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하프 마라톤 신청? 초보 러너가 한 달 전에 준비해야 할 것
봄이면 와르르 마라톤 대회가 몰려온다. 같이 뛸 친구와 마침 좋은 기회가 있어 엉겁결에 하프 마라톤 대회에 신청한 지금의 나를 위해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다른 초보 러너들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정리해봤다. 이미 하프 마라톤 신청을 마친 당신을 위한 현실 가이드.
시간이 한 달 남았고, 훈련량이 보잘 것 없다면 기록 욕심을 낼 수는 없다. 완주에 전략을 둔다. 하프 마라톤은 21.0975km. 내가 뛰어본 최장 거리인10km의 두 배가 넘는다. 사람에 따라 두 시간 넘게 뛰어야 할 수도 있다. 갈 길이 머니 속도까지 내려하지 말자. 멈추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목표다.
기억해야 할 키워드는 딱 세 개. 처음 느껴보는 긴 거리를 몸으로 익힌다. 페이스는 느릴 수록 좋다. 이 단계에서 속도를 올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 시간이 없어 마음이 급하겠지만, 그럴 수록 쉬어간다. 잘 쉬어야 부상이 없다. 거리, 페이스, 회복, 이 셋이면 된다.
당신이 러닝머신이든 야외든 최근 2주 안에 10km를 쉬지 않고 달려본 적이 있거나 하이킹, 축구, 수영 등 80분 연속으로 움직여본 경험이 있다면 이미 하프 마라톤 완주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지 않다고 해도, 멈추지 않고 완주하기를 노려볼 수 있다. 이 기간에는 몸무게를 줄이거나 근육량을 높이는 식의 다이어트도 필요하지 않다.
마음이 급하다고 해서 매일 달리려고 하지 말자. 회복할 시간이 부족해 오히려 부상 가능성만 높인다. 일주일에 3~4번만 달리면 충분하다. 두 번은 5~8km의 편안한 러닝, 한 번은 10km 이상의 긴 러닝, 여기에 보강이나 회복 훈련을 한 번 정도 추가한다.
하프 마라톤 대회를 나간다고 해서 21km를 여러 번 뛰어 보고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거리를 한 번도 안 뛰어봐도 괜찮다. 하프 마라톤 2주 전은 사실상 리허설과 같다. 16~18km 정도 거리감으로도 충분하다. 대신 이때 대회 때 신을 신발과 양말, 입을 옷과 액세서리, 에너지 젤이나 물 등 보급 방식까지 실험한다. 대회 당일에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 목표다. 아, 초등학교 입학하듯 대회 날 신을 새 러닝화와 러닝복을 준비하는 사람은 없겠지? 자주 입고 신어 길들여진 차림이 최고다.
대회 직전에는 벼락치기로 뛰지 않는 것이 포인트다. 5km 내외의 조깅을 두어 번 하며 충분히 쉬는 것이 오히려 좋다. 체력을 쌓으려 하지 말고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신경쓴다.
초보 러너의 흔한 실수는 흥분해서 빠르게 뛰는 것. 대회장에 서면 누구든 흥분하게 된다. 생각보다도 더 많은 러너들이 출발선에 모여 있고, 음악과 응원 등으로 흥을 북돋우니까. 옆 사람 페이스를 따라 뛰다가 오버페이스 하기도 쉽다. ‘뭐야, 잘 뛰는데?’ 싶으면 심호흡하며 속도를 줄인다. 전문가들은 자신의 평소 10km 페이스보다 오히려 30초 정도를 늦추라고 조언한다. ‘너무 느린데 이거 괜찮은 거야?’ 싶은 정도가 오히려 잘 맞다. 선택할 수 있다면 가장 느린 그룹에서 시작한다.
초보 러너에게 12km 이상 지점은 힘들다. 이건 정상 반응이다. 고비가 올 때 멈추지 말고 “여기만 넘으면 끝이 보인다”고 말해주자. “열 발자국만 더 가자.” 또는 “1km만 더 뛰자”고 말해주는 것도 좋다.
페이스를 올려도 괜찮은 때는 15km 이후. 아직 여유가 남았다면 그때 올린다. 하프 마라톤 완주 꿀팁은 처음 5km를 어떻게 뛰느냐가 아니라 15km 이후를 어떻게 버티느냐에 있다. 6km 넘기면 “여기까지 왔는데 걷지는 말자”는 생각으로 머리를 비우고 다음 걸음만 생각한다. 완주가 코앞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