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옷이 대세! 올봄 남자 옷이 귀엽고 따뜻한 무드로 바뀌게 된 이유
한동안 남성들은 거칠고 투박한 어부 스타일 니트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앤드루 가필드와 조시 오코너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한층 더 목가적으로 바뀌었다. 행복한 옷을 입는 남자가 요즘 대세다.
내가 경상도 특유의 억센 말투를 쓰긴 하지만, 아침마다 드라마처럼 눈을 뜨는 일은 없다. 상쾌한 햇살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창문 밖으로 파도 치는 소리가 들리며, 정겨운 시골 밥상을 찬양하는 그런 장면 말이다. 현실의 아침은 그렇지 않다. 그냥 허겁지겁 보이는 옷 주워 입고 지하철에 몸을 차곡차곡 집어 넣을 뿐이다. 요즘 각종 브랜드에서 쏟아지는 이 포크 감성의 발그레한 니트웨어는 전자의 목가적인 분위기에 꽤 가까워 보인다.
지난 주말, 앤드루 가필드는 런던에서 열린 영화 ‘마법의 머나먼 나무’ 시사회에 등장했다. 그가 입은 카디건은 가족 농장에서 성스러운 할아버지와 사과를 따는 오후만큼이나 순수해 보였다. 울창한 초록색 바탕 위에 울타리를 뛰어넘는 양 두 마리가 짜여 있는 디자인이었다. 가필드와 그의 스타일리스트 워렌 알피 베이커는 영화의 분위기에 맞게 “유쾌하고 기발한” 느낌을 원했고, 그래서 에스에스 데일리를 선택했다. 이 런던 기반 디자이너는 오랫동안 70년대 스타일과 은근한 ‘위커맨’ 감성을 섞어왔는데, 과하게 음산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는다. 베이커는 지큐에 이렇게 말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나 제이더블유 앤더슨처럼 귀여운 스웨터를 만드는 독립 디자이너들을 좋아해요. 귀여운 니트를 싫어할 수는 없죠.”
가필드만 그런 건 아니다. ‘SNL’에 출연한 ‘챌린저스’의 조시 오코너 역시 귀여운 니트를 두 벌이나 입었다. 하나는 앞면에 웃는 동물이 들어간 연한 갈색 스웨터였고, 다른 하나는 세계자연기금에서 나온 펭귄 니트였다.
이런 ‘행복한 니트’를 꾸준히 만들어내는 브랜드들도 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비싼 공예 수업처럼 느껴지는 보데에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에밀리 애덤스 보데 아울라가 즐거운 장면들을 고급 남성복으로 끌어올렸다. 지금도 사냥꾼과 사냥개들이 춤추는 장면이 들어간 두툼한 크림색 카디건을 구매할 수 있다. 준야 와타나베에서는 흰 울타리가 있는 작은 집이 그대로 니트로 짜여 나왔다. 여기에 하이스트리트 브랜드들까지 가세했다. 단순한 디자인이라 해도, 어떤 카디건은 마치 우리 증조할머니가 ‘송스 오브 프레이즈’를 보며 입었을 법한 느낌을 준다. 해리 스타일스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2019년에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유명한 ‘검은 양 니트’를 재해석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이보다 더 키치한 순간이 있을까 싶다.
얼마나 귀엽게 갈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 흐름 자체는 하나의 해방감처럼 느껴진다. 과거 남성 니트웨어는 거칠고 터프한 어부 니트나, 컨트리클럽 느낌의 숄 칼라 카디건으로 정의되곤 했다. 물론 그들만의 매력은 있지만, 잘못 입으면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다. 반면 봄 양이 날뛰는 카디건에 대해서는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스타일은 끝없이 이어지는 워크웨어 트렌드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하다. 딕키즈나 칼하트 같은 브랜드로 ‘현실 노동자’ 스타일을 재현하는 흐름이 있는 한편, 가필드와 오코너 같은 인물들은 그 반대편으로 향한다. 볼이 발그레한 사람들이 사는, 지나치게 달콤해서 충치가 생길 것 같은 가상의 시골 마을 같은 세계를 입는 것이다. 새롭고, 동시에 꽤 재미있다.
그리고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다. 이미 포인트가 되는 아이템을 입고 있으니, 나머지는 단순하게 가면 된다. 청바지, 흰 티셔츠, 날렵한 스니커즈나 부츠, 혹은 조금 멋을 내고 싶다면 로퍼 정도면 충분하다. 물론 창가에서 토마토를 키우게 될 수도 있고, 어린이 TV 진행자를 찾는 리크루터가 링크드인으로 연락해올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 스타일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이런 ‘귀여움의 물결’은 묘하게 상쾌하다. 시스루 톱, 크롭 기장, 몸에 밀착되는 베스트처럼 다소 과열된 섹시 중심의 남성복 흐름을 지나온 지금, 이 목가적인 분위기는 이슬 맺힌 초원에서 모리스 춤을 추는 아침처럼 신선하다. 어쩌면 이런 옷을 일주일쯤 입고 나면, 아침에 눈 뜨자마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