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서 아는 척 하기 좋은, 역대 이슈 스니커즈 에피소드 모음 15
금지된 조던부터 뉴발란스 하이브리드까지, 소란을 일으킨 운동화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스니커는 100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거쳐왔다. 그 사이 단순한 고무 밑창 스포츠화에서 훨씬 더 거대한 존재로 변했다. 코트와 트랙에서 시작된 이 신발은 이제 패션쇼 프런트로, 리셀 앱으로, 그리고 요즘 단톡방에서 벌어지는 논쟁거리까지 점령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모델은 항상 처음부터 사랑받는 건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짜증나게 하거나, 처음엔 어딘가 어색해 보이는 것들이 더 오래 남는다. 가장 논란이 된 스니커들은 대개 의견을 갈라놓는다. 모두가 시간이 지나도 좋게 보이는 건 아니지만, 하나같이 분명한 흔적을 남겼다.
에어 조던 1 하이 ‘밴드’ (1985)
나이키에어 조던 1 하이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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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의 첫 시그니처 신발을 공개했고, 곧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NBA는 검정과 빨강 색상의 이 신발이 유니폼 규정을 어긴다며 경기당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나이키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매 경기 벌금을 대신 내주겠다고 홍보했다. 실제로 매번 그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 자체가 충분히 강력했다.
조금 더 디테일하게 보면, 당시 리그가 문제 삼은 건 초기 조던이 신었던 나이키 에어 쉽이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영광은 에어 조던 1이 가져갔다. 농구화는 깔끔하고 단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던 시절, 이 모델은 공격적이고 대담했으며 코트 밖에서도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단순히 신발을 판 것이 아니라, 규칙을 깨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을 팔았다.
아디다스 코비 2 (2001)
아디다스코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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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크레이지 2.0으로 이름이 바뀐 코비 2는 프로 농구 선수의 시그니처 모델 중에서도 가장 기묘한 축에 속한다. 고 코비 브라이언트가 사랑했던 아우디 TT에서 영감을 받아, 조형적이고 두툼하며 부분적으로 매끈한 독특한 형태를 갖췄다. 당시로서는 완전히 이질적인 디자인이었다.
스니커 팬들은 이 모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지나치게 미래적인 외형, 둔한 착화감, 그리고 기존 코비 모델에 대한 기대와 완전히 어긋난 디자인이 비판을 받았다. 이후 브라이언트는 아디다스 계약을 정리하고 2003년 나이키로 이적했다.
베이프 베이페스타 (2002)
베이프베이페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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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등장한 베이페스타는 한눈에 봐도 무엇을 참고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에어 포스 1과 동일한 실루엣과 패널 구조를 기반으로, 스우시 대신 별 로고를 넣고 광택 있는 가죽과 강렬한 색감을 더했다. 당연히 나이키는 이를 반기지 않았고, 결국 2023년 상표권 침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2024년 초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베이프는 로고 위치와 일부 디테일을 수정하기로 했다. 시작은 노골적인 오마주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독자적인 아이덴티티를 구축한 사례다.
크록스 클래식 클로그 (2002)
크록스클래식 클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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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록스는 원래 보트용 신발로 시작했다. 2002년 보트 쇼에서 처음 공개된 모델은 그 자리에서 완판됐다. 목적은 스타일이 아니라 그립감과 편안함, 실용성이었다. 그래서 오랫동안 ‘패션을 포기한 신발’이라는 이미지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 편안함이 중요해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은 거의 모든 브랜드가 클로그 형태를 내놓고 있다. 신발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변했다.
나이키 SB 덩크 로우 ‘하이네켄’ (2003)
나이키 SB덩크 로우 ‘하이네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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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델은 공식 협업이 아니었음에도 맥주 브랜드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논란이 됐다. 초록 스웨이드, 흰 가죽, 검은 스우시, 뒤축의 빨간 별까지, 거의 그대로 옮겨온 수준이었다. 이 애매한 위치가 오히려 전설성을 만들었다. 어디까지 차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계를 시험한 사례였다.
나이키 SB 덩크 로우 ‘피존’ (2005)
나이키SB 덩크 로우 ‘피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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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스테이플의 ‘피존’ 덩크는 출시 자체가 사건이었다. 150켤레 한정으로 뉴욕에서 발매되자,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경찰까지 출동했다. 다음 날 신문 1면을 장식할 정도였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리셀 가격이 6천만 원이 넘는 수준이다.
비브람 파이브핑거스 (2005)
비브람비브람 파이브핑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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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러닝 트렌드 속에서 등장한 이 신발은 발가락이 각각 분리된 구조로 충격을 줬다. 디자인은 조롱의 대상이었지만,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라는 개념을 확산시켰다.
나이키 에어 이지 2 ‘레드 옥토버’ (2014)
나이키에어 이지 2 ‘레드 옥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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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예 웨스트와 나이키의 관계가 끝나기 직전 등장한 모델이다. 갑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출시되며 순식간에 매진됐다. 이 모델은 단순한 인기 제품이 아니라, 스니커 문화가 ‘제품’에서 ‘이벤트’로 넘어가는 전환점이었다.
발렌시아가 트리플 S (2017)
발렌시아가트리플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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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스포츠 아웃솔을 쌓아 만든 과장된 디자인은 당시 미니멀 트렌드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무겁고 과도했지만, 결국 하나의 흐름을 만들었다.
메종 마르지엘라 퓨전 (2018)
메종 마르지엘라의 퓨전은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누가 지어낸 것 같은 신발 중 하나다. 이 브랜드는 2018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처음 이 신발을 선보였는데, 마치 실제 잡동사니 조각들을 이어 붙여 만든 럭셔리 스니커를 작업실 바닥에 반쯤 완성된 채로 방치해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미드솔에는 접착제가 흘러내린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고, 테이프를 붙인 듯한 디테일, 갈라지고 일부러 낡힌 패널, 삐져나온 실밥, 어색하게 이어붙인 패치워크, 균일하지 않은 마감까지, 사진만 봐도대충 어떤 느낌인지 감이 올 거다.
그래서 더 논란이 컸다. 당시 프리미엄 스니커 시장은 점점 더 깔끔하고, 값비싸 보이며, 어딘가 테크웨어적인 미니멀리즘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르지엘라는 정반대로 갔다. 퓨전은 망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게 보이도록 정교하게 손으로 마감된 결과물이었다. 비싸고, 거슬리고, 지저분하고, 솔직히 말하면 꽤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이지 폼 러너 (2020)
이지이지 폼 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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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과 해조류 소재로 만든 이 미래적인 디자인은 처음엔 조롱받았지만, 결국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었다.
나이키 덩크 로우 ‘판다’ (2021)
나이키덩크 로우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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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덩크는 전혀 다른 이유로 논란이 됐다. 랜덤 드롭도 없고, 경찰이나 법적 이슈도 없으며, 거창한 서사도 없다. 2021년 3월 처음 출시됐고, 이미 다시 유행하던 실루엣에 누구나 무난하게 신을 수 있는 블랙 앤 화이트 컬러 조합까지 더해지면서 곧바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한 켤레”가 됐다. 한때는 일부 제품이 거의 100만 원에 육박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Nike가 이 모델을 계속해서, 정말 계속해서 재입고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바로 그 점이 이 신발을 양분시키는 요소가 됐다. 한편으로는 일상용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덩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흔해지면서 스니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마치 해충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스니커스 앱은 물론, JD, 풋락커 같은 매장 어디에서나, 항상 볼 수 있는 신발이 되어버린 것. 나이키는 한때 엄청난 인기를 끌던 스니커를 사실상 ‘기본템’으로 만들어버렸고,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잘 신을 수 있는 신발이 ‘일반 사람들’도 쉽게 살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묘하게 불편해했다. 전형적인 스니커 문화다운 반응이다.
미스치프 빅 레드 부츠 (2023)
미스치프빅 레드 부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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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같은 비율의 과장된 디자인으로, 현실에서 비현실처럼 보이기 위해 만들어진 신발이다.
뉴발란스 1906L (2024)
뉴발란스190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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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발란스의 1906L 역시 실제로 보기 전까지는 농담처럼 들리는 스니커 중 하나다. 제대로 된 퍼포먼스 러닝화를 떠올려보면 된다. 메쉬 어퍼, 테크니컬 오버레이, EVA 미드솔, 뉴발란스 특유의 러닝 디테일들. 그런데 그걸 로퍼로 바꿔버렸다. 끈이 아예 없는 슬립온 구조에, 살짝 드레시한 무드까지 얹었다. 처음 공개됐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이걸 어디에 분류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막상 출시되고 나니, 실제로 신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해 보였던 이 모델은 곧바로 ‘구동화’ 트렌드를 촉발했다. 논란이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들이 분명하게 나눠두고 싶어 하는 카테고리를 의도적으로 뒤섞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신발은 지금 흐름을 정확히 짚고 있다. 더 하이브리드하게, 덜 경직되게, 그리고 ‘포멀’과 ‘캐주얼’ 사이에 꼭 들어맞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 더 자유로워지는 방향으로.
나이키 에어 리퀴드 맥스 ‘그린 애플’ (2026)
나이키에어 리퀴드 맥스 ‘그린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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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의 최신작이자 동시에 가장 기묘한 축에 속하는 모델. 올해 초 에어 리퀴드 맥스를 처음 공개했을 때 떠오른 생각은 딱 하나였다. “이게 뭐지?” 실제로 솔에 액체가 들어 있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보일 정도로 강한 인상을 준다. 이 신발은 나이키가 ‘포인트 로디드 에어’라고 부르는 구조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발에 실제로 필요한 지점에만 쿠셔닝을 배치하고, 미드솔 곳곳을 비워낸 구조 덕분에 발 아래가 거의 뼈대처럼 드러난다.
논쟁적인 지점도 바로 여기다. 에어맥스 라인은 항상 기술을 ‘보여주는’ 데 집중해왔지만, 보통은 어느 정도 구조적인 안정감을 유지했다. 에어맥스 95, 97, 심지어 베이퍼맥스까지도 그랬다. 그런데 이번 모델은 결이 다르다. 더 실험적이고, 특히 모든 게 점점 더 평평해지는 흐름 속에서 더 튀어 보인다.
어퍼 역시 그 방향을 따른다. 독화살개구리에서 영감을 받은 텍스처드 메쉬와, 존재감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 번쩍이는 스우시까지. 한마디로 크게 승부를 건 디자인이다. 그리고 단번에 좋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반응이야말로 나이키가 뭔가 제대로 건드렸다는 신호일 때가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