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여름을 추억해, OTT별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5

강렬한 소재와 자극적인 이미지들 사이에서 여름의 청량함을 느끼게 하는 잔잔한 드라마들을 골라보았다.

❶ 술꾼 도시 여자들 – 티빙

어쩐지 여름에 마시는 술은 좀 더 특별하다. 편의점, 공원 벤치, 동네 정자 등등 술과 어우러지는 여름 풍경이 늘 다채롭기 때문일까. 미깡의 웹툰 <술꾼 도시 처녀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는 각각 다른 성격과 고민을 지닌 세 여성의 삶을 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그려낸 작품이다. 주인공들은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어떤 상황에서라도, 술을 마신다. 그들은 당연하게도 모든 계절에 술을 마시지만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여름 안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들은 단연 최고다.

❷ 너의 시간 속으로 – 넷플릭스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애인을 떠나보낸 여자가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가는 회귀물로 타임루프를 다룬다. 여자가 그곳에서 죽은 연인과 닮은 남자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안효섭과 전여빈, 강훈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벚꽃이 만개할 시점에 촬영을 시작하여 12월 말에 촬영을 종료하며 사계절을 모두 담아냈지만, 고교 시절의 여름 풍경을 담아낸 영상미는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복과 스쿠터와 푸른 나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내 과거도 덩달아 미화되는 기분.

❸ 소년 시대 – 쿠팡 플레이

1989년 충청남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원작이 없는 100% 창작 작품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방영 당시 시청자가 폭증해 쿠팡플레이 서버 접속 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임시완과 이선빈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로, 제목에서 나타나듯이 소년 성장기를 다뤘다. 관람 포인트는 배우들이 구사하는 찰진 사투리와 맛깔나는 OST. 가오 하나로 살고 죽던 학창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진하고 어지러운 시절을 여름의 열기처럼 느끼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 번 볼 것.

❹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 – 왓챠

웹드라마 <좋좋소>의 스핀오프 격인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 이 드라마에서는 <좋좋소>에서 대리로 근무하는 미나씨의 대학 시절이 그려진다. 원하는 대학에 모두 떨어져 반수를 준비하려던 미나씨는 곧 떠날 대학이라는 생각에 수업도, 과 행사도 모두 참석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미나씨를 붙잡은 사람이 나타나고……. 드라마는 초봄을 담은 새 학기로 시작하여 첫 연애를 즐기는 여름을 잘 담아낸다. 물론 뒤로 갈수록 공감성 수치를 불러일으키는, 몇 번이고 눈을 가리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지만, 어쩌겠는가.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인 것을.

❺ 박하경 여행기 – 웨이브

배우 이나영을 그리워한 사람들에게 그저 이나영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족되었던 드라마. 주인공 박하경은 국어 선생님으로 사라져 버리고 싶을 때 토요일 딱 하루 여행을 떠난다. 여행의 목적은 그저 ‘떠남’. 조금 추가하자면 걷고, 먹고, 멍때리는 것? 이 여행에서 박하경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어딘지 조금은 변하고 또 변하지 않은 채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 땅끝마을 해남부터 서울까지, 한국 구석구석의 잔잔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어쩐지 뜨거운 여름을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닮은 구석이 있다.